'노벨문학상' 가즈오 이시구로 수상 의미···'전통 문학 복귀'

  • 뉴시스

    입력 : 2017.10.10 09:41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은 순문학을 꾸준히 써온 꾸준함에 대한 존경인 동시에 대중적인 호흡을 놓지 않은 작가에 대한 경의로 읽힌다.

    이시구로는 올해 유력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상 후보로 거명돼온 세계적인 작가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받았다.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현대 영미권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이시구로는 무엇보다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특유의 문체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인칭 화자의 시선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한편에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본다. 주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세밀한 감정을 포착하고 인간의 고독한 정서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능청스럽게 그려내기도 한다.

    1989년 그에게 부커상을 안긴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s)에 이러한 특징이 녹아 있다.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한 남자 스티븐스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이시구로는 '현대 영미문학의 표본'으로 통하기도 한다.

    사라 다니우스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은 이시구로에 대해 "제인 오스틴의 유머 감각과 프란츠 카프카를 섞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시구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프루스트처럼 기억과 회상을 중요하게 사용한다. 2005년 출간된 문제작 '절대 날 떠나지 마'(Never Let Me Go)에 잘 녹아 있다.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가 주인공이다. 그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돼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렸다.

    이처럼 이시구로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인물들이 나온다.

    비교적 근래작인 소설집 '녹턴(Nocturnes)'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 노력하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음악과 함께 그려냈다

    '절대 날 떠나지 마' 이후 10년 만인 2015년 펴낸 장편 '침묵의 거인'은 이시구로의 특징이 모두 녹아 있는 작품이다.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기억, 회상, 상실, 그것에 대한 극복 의지 등이 모두 녹아 있다.

    프랑스의 대세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가 자신의 대표작 '오르부아르'에 이시구로에 대해 언급하는 등 다른 작가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시구로가 더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대중적인 글쓰기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아 있는 나날'이 1993년 안소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절대 날 떠나지마'가 2010년 마크 로마넥이 감독하고 캐리 멀리건·앤드류 가필드·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동명 영화로 옮겨진 것에서 보듯 이미 그의 글쓰기에는 영화적 상상력이 배어 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대본, 심지어 재즈가수 음반의 작사가로도 이름을 올리며 전방위적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채널 4에서 1984년 방송된 '아서 J 맨슨의 프로필'과 1986년 방송된 '미식가', 2003년 개봉한 가이 매딘 감독의 뮤지컬 영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의 대본을 썼다.

    이시구로는 이와 함께 재즈 가수 스테이시 켄트(49)가 2007년 발표한 앨범 '출근 전차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he Morning Tram)에 작사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수와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인칭 시점의 화자 노랫말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고백한 바 있다.

    그럼에도 스웨덴 한림원이 이시구로를 선택한 건 지난 2년 간 수상자 명단을 감안하면 '전통 문학'으로의 복귀로 읽힌다. 앞서 2015년 논픽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난해에는 포크 록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한림원은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AP통신 역시 알렉시예비치와 딜런에게 노벨상을 안기며 2년간 파격을 택했던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다시 전통으로 되돌아갔다고 썼다.

    이와 함께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응구기 와 시옹오,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고은과 옌롄커가 배당률 1~4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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