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과 칠면조

  • 한은형

    입력 : 2017.10.12 15:52

    [한은형의 탐식탐독]

    [한은형의 탐식탐독]
    밥 딜런의 로열 앨버트홀 공연 실황 음반을 들으며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녹턴'을 읽고 있다. 음악은 거의 듣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시구로가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밥 딜런이 자신의 가장 큰 영웅이었고(He's probably my biggest hero), 밥 다음 수상자가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벨상 시상식에서 밥 딜런 모창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언젠가 이시구로가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다고 밝힌 걸 읽었던 게 떠올랐다. 그리고 전편에서 가수, 연주자, 카페 뮤지션 같은 음악 하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있는 소설집인 '녹턴'도 생각났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있자니 그가 밥 딜런에 대해 한 말이 단지 품이 넓은 작가의 품위 있는 말 이상이라는 걸 확실히 알겠다.

    아, 이 사람은 정말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과 음악이 흐르는 이야기들을. 나는 이제야 '녹턴'을 제대로 이해한다. 이 사람은 살고 싶었으나 가보지 못한 삶을 소설에서 살았다.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그런 것이지만 이 소설은 더더욱 그런 것이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녹턴'은 못 생겨서 뜨지 못한다고 압박받는 재즈 뮤지션의 성형수술 후 이야기다. 이 병원은 특급 호텔 안에 있어서 그는 호텔에서 깨어나는데, 특별한 환우를 만나 그녀와 벌이는 소동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자와 대화 중 남자는 '가짜'가 올해의 재즈 뮤지션상을 받게 됐는데 그 시상식이 내일 이 호텔에서 열린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남자의 음반을 들은 여자는 감동, 그 '엉터리놈'에게 수여될 트로피를 훔쳐와 "불의가 저질러질 참이었는데 이제 정의가 승리"한 거라며 남자에게 준다. "그 감정, 그 명예 같은 건 모두 기꺼이" 받겠으니 트로피를 돌려놓아야 한다는 남자. 트로피를 돌려놓기 위해 연회장을 헤매던 둘은 보안 요원에게 심문을 받게 되는데, 그 와중 여자는 트로피를 숨긴다.

    어디에? 칠면조에. 칠면조 구이 안에 트로피를 밀어 넣었던 것이다. 통 칠면조 구이라는 이국적인 요리를 육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일이 가능할까 예전에도 궁금했고, 지금도 궁금하다.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식의 연회에 칠면조가 등장할지도. 스웨덴의 연회 음식이 궁금한 것이다. '역시나 청어가 우선일까?'도 싶고.

    가장 궁금한 것은 이시구로가 모창할 밥 딜런의 노래다. 그는 드디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대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