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설, 브람스 자장가, 스타워즈의 성공 비결은…

    입력 : 2017.10.19 14:48

    친밀하지만 새롭게 반복과 변화 조합을
    문화인류학·심리학 등 과학적 성공 비결 분석

    히트메이커스

    히트 메이커스ㅣ데릭 톰슨 지음ㅣ이은주 옮김
    21세기북스ㅣ508쪽ㅣ2만2000원

    "두 유 노 싸이"라는 질문은 '강남스타일' 당시에도 민망했지만 이제는 짠하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비슷한 곡들을 냈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왜일까. 무엇이 성공하는가를 알고 싶은 마음은 대중문화 탄생 이후 계속돼왔다. 미국 시사 잡지 '디 애틀랜틱' 부편집장인 저자는 이 난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문화계 히트 상품 탄생 원인을 마케팅,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브람스의 자장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페이스북과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틴더 등을 일별하면서 저자는 히트작 뒤에는 마야(MAYA: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코카콜라 병을 디자인한 레이먼드 로위가 소위 '통하는' 산업 디자인을 위한 이론으로 내세웠던 조어다. 사람들은 과감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제품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 쉽게 말하면 진부함은 피해야 하지만 너무 새로워도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원칙은 여러 문화 현상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새로운 것과 기존의 것, 그리고 불안과 이해라는 양극적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의미 있는 순간을 창조할 수 있어야만 최고의 '히트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친숙한 놀라움'의 힘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연설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연설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책은 연설계의 최고 히트 상품과 영화 ‘스타워즈’의 성공 비결에서 공통 법칙을 찾는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적인 것이 영화 '스타워즈'. 영웅이 될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 성장하면서 악당을 물리친다는 뻔한 영웅담은 익숙한 요소였고, 무대를 우주로 바꾼 것은 관객들이 수용할 만한 변주였다. 제작 전에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서부극을 누가 보겠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아시다시피 영미권에서 '스타워즈'는 20세기 쓰인 신화가 됐다.

    마야 원칙은 저자가 내세우는 다른 원칙인 '노출이 가치를 만든다'는 주장과도 통한다. 일단 친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1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다. 도난사건을 겪으며 언론에 의해서 화제가 되고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같은 후대 작가들이 패러디에 나선 이후에야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다.

    정치인이 히트를 치는 데에도 이런 재주는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징이었던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연설 문구도 비슷한 사례. 2008년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오바마는 문단 끝마다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결구(結句)를 붙인 이 연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문구는 자체로서 반복 노출이었고, 연설에 일종의 친숙함을 부여했다. 그리고 결구 반복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온 친숙한 수사학이라는 것.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라는 문구는 오바마의 새로운 상품이지만 전달하는 방식은 친숙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브람스의 '자장가'부터 현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히트 상품을 분석한다.

    일반적인 '성공 비법서'와 달리 이 책은 따라 하면 히트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기 요인 하나하나를 이론적으로 엄밀하게 파고든다. 자신이 주장하는 법칙이 완전하지 않고, 인기 여부는 확률의 영역이라는 말도 솔직하게 한다.

    책은 대중의 선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이기도 하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얼마나 외부적 요인에 쉽게 좌우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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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최고 ‘히트 메이커’는 논쟁의 여지 없이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다. ‘히트 메이커스’에서 언급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히트 상품이 어떻게 탄생했고, 그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 2권이 새로 나왔다. ‘실리콘밸리 스토리’(어크로스 刊)는 실리콘밸리 형성사(史), 고유한 문화, 성공 메커니즘을 한국 언론인 시각에서 분석한 책. 명멸하는 실리콘밸리 회사를 이야기하며 이 뜨거운 도시의 명암을 설명한다.

    ‘카오스 멍키’(비즈페이퍼 刊)는 페이스북 직원으로 페이스북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십억을 벌고 산전수전을 겪고 퇴사한 엔지니어의 진솔한 고백. 내부자가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이 시대 최고의 ‘히트 메이커’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광신도’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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