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든 둔재든 종착역은 마찬가지

    입력 : 2017.11.02 15:30

    끝난 사람ㅣ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끝난 사람ㅣ우치다테 마키코 지음ㅣ박승애 옮김
    한스미디어ㅣ442쪽|1만5000원

    "잘 듣게. 절대 회사를 위해 죽도록 일하지 말란 말일세… 절대 그러지 마. 회사를 위해 죽는다거나 병이 들면 자기만 손해야."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해 대형 은행에 취직해 죽어라 일했으나 임원 승진에 실패하고 자회사로 좌천된 뒤 쓸쓸히 퇴직한 예순세 살 소스케의 속마음은 이것이었다. "나는 끝났다… 더 이상 직장인으로서의 장래는 없다." '끝난 사람'은 독백한다.

    소설은 착실히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한 남자의 은퇴 이후를 싸늘한 리얼리즘으로 전개한다. "젊은 시절 수재였든 미인이었든 모든 인간의 종착지는 대개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과거의 영광과 현실의 괴리를 묘사하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문장은 차가운 개복(開腹) 도구를 연상시킨다. 소설은 영화로 제작돼 내년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실직, 그러니까 "생전 장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소스케에게 중소 IT기업 고문(顧問) 제안이 온다. 전임 사장이 갑자기 죽는다. 그 자리를 이어받자 회사가 도산한다. 소설은 결코 가짜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끝난 사람'으로서 물러나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내가 떠안게 된 부채 1억2000만엔은 그 벌일지 모른다."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아내와 졸혼(卒婚)한 뒤 낙향하는 남자. 예순여섯 먹은 이 남자에게 그러나 여든아홉의 어머니는 말하는 것이다. "아이고 한창때로구나.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는 나이로세." 남자는 너무 늙었고, 또 너무 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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