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여왕의 몰락

    입력 : 2017.11.08 03:02

    [박은주 김영사 前대표, 1심서 징역 4년 선고]

    인세·급여 등 59억 빼돌려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
    朴씨 "출판 현실 모르는 판결"

    '출판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박은주(60) 전 김영사 사장이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나상용)는 7일 박 전 사장의 횡령 혐의 액수 59억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이같이 선고했다. 그러나 박 전 사장 측은 "개인적으로 쓴 돈이 없고, 출판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사장은 1989년 32세 나이에 김영사 사장에 발탁됐다. 설립자 김강유(70) 회장이 한참 어린 박 전 사장에게 사장 자리를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큰 화제가 됐다.

    박 전 사장의 김영사는 '먼나라 이웃나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수많은 밀리언셀러를 펴내며 고속 성장했다. 1983년 박 전 사장이 입사했을 때 연매출 1억~2억원이었던 김영사는 2009년 연매출 526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박 전 사장은 연봉 8억원을 받았다. 자타 공인 '출판 여왕'이었고, 김영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모범 사례로 여겨졌다.

    박 전 사장은 2014년 5월 돌연 사장직과 500개 회원사를 가진 한국출판인회 회장직을 사퇴하고 출판계에서 사라졌다. 이어 김 회장이 김영사 경영에 복귀했다. 출판계에 '김영사 미스터리'란 말이 돌았다.

    박 전 사장은 1년 2개월이 지난 2015년 7월 다시 나타나 김 회장과 얽힌 그동안의 이야기를 폭로했다. 그는 "김 회장을 교주(敎主)라고 불렀고, 1983년부터 2003년까지 20년 동안 월급, 보너스, 주식 배당금 전액 28억원을 갖다 바쳤다"며 "김 회장이 요구해 불법 지원한 비자금만 70억원"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말을 잘 안 듣자 회유와 협박이 계속됐고 결국 재산과 주식을 모두 포기한다는 합의서를 쓰고 사퇴했다"며 "(김 회장은 내가 횡령을 했다고 하는데) 과실이 나온다면 나도 법의 심판대에 서겠다"고도 했다.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을 3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김 회장은 '적반하장'이라며 박 전 사장을 맞고소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불러 대질신문까지 한 끝에 김 회장은 무혐의 처분하고, 지난 7월 박 전 사장을 2005~2014년 회삿돈 59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이 작가들에게 인세(印稅)를 준 것처럼 꾸미고, 직원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 돈으로 아파트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 판결했다.

    박 전 사장은 "부동산은 개인 돈으로 샀고, 비자금은 모두 회사를 위해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자서전을 펴내면서 '책 사재기'에 쓴 비자금만 20억원이 넘는다"며 "종교계 반발이 우려돼 부득이 비자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자금이 책 사재기에 쓰였다는 것을 입증할 증빙 자료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박 전 사장이 비자금과 개인 자금을 모두 같은 계좌에 보관해 섞이게 한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이 김 회장에게 건넨 비자금은 약 6억원이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김 회장이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이 돈은 박 전 사장이 김 회장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전 사장 측은 "회계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하지 못한 부분은 반성하지만 개인적으로 쓴 것이 아니어서 억울하다"며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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