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서운 신예 소설가 장지 '출가' 국내 출간

  • 뉴시스

    입력 : 2017.11.09 09:28

    '출가', 책
    "갑자기 외로워졌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외로움이었다. 이 집에서 나 혼자 소외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순간 견딜 수 없어진 나는 문을 박차고 나왔다. 졌다."(44쪽)

    중국 소설가 장지가 쓴 장편소설 '출가'(出家)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근 10년간 없었던 특별한 소설'로 단숨에 중국 문학계 주목을 받았다.장지는 올해 5월 '출가'로 제1회 징둥문학상 신예작품상, 위리화청년문학상, 저장성청년문학지성상 등을 수상했다.

    책에는 '흙수저' 팡취안의 이야기가 담겼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팡취안은 사촌 처형의 권유로 가족과 함께 도시로 온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지출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아이까지 늘어나니,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일자리를 늘려간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모이는 돈이 없어 허탈하지만, 그래도 허황된 꿈을 꾸지 않고 그저 가족과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성실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평범한 가장 팡취안이 가욋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가짜 승려의 길은 새로운 '유혹'이 된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했던 그가 자신의 적성을 찾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으며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가족을 위한 길과 자아를 찾는 길, 절에 머무르며 내면의 평화를 얻었던 시간은 가장 큰 고뇌의 시간으로 바뀐다. 팡취안이라는 인물의 내면에서 가족애와 자아라는, 결코 대립할 것 같지 않은 가치가 양립하는 것이다.

    오로지 가족만을 알고, 가족을 위해서 선택한 길, 그 길에 끝에는 가족을 버려야 한다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다. 주지가 되었을 때, 예전에 하던 일을 다 그만두었으니 이제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비록 아내는 내게 집에서 푹 쉬고 나서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바빠져야 했다."(294쪽)

    "잠시 후 나는 힘껏 눈을 떴다. 내 눈은 마치 인간 세계에 떨어진 한 마리 짐승처럼 당황스러움과 욕망으로 가득 찼다. 잠시 머뭇거리던 야수는 땅을 딛고 도약해서 미친 듯이 질주했다. 마치 지구 표면에 붙어 있는 거대한 포물선처럼 고독하고도 미친 듯한 질주를 계속했다. 야수는 여러 도시를 뛰어넘고, 높은 산과 바다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모든 시공간을 뛰어넘었다."(339쪽)

    작품 속 팡취안이라는 인물은 현대인의 '또 다른 나'다. 그가 겪는 모든 과정은 대부분, 허무맹랑한 이야기 없이 지독히 사실적이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녹아 있다.

    저자는 담담한 문체 속에서 지쳐만 가는 삶 속 인간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그려냈다. 부드러운 문장 속에는 우리네 인생을 관찰하는 날이 선 노련함이 돋보인다. 차혜정 옮김, 340쪽, 살림,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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