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 아프리카'와 볼로방

  • 한은형 소설가

    입력 : 2017.11.09 15:41

    [한은형의 탐식탐독]

    '아웃오브 아프리카'와 볼로방
    작가의 인생과 떼놓고는 읽을 수 없는 글이 있다.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도 그랬다.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하는 남작 부인이 주인공인 소설인데 카렌은 실제 남작 부인이었고,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하며 18년을 살았다. 아버지는 매독에 걸린 걸 비관해 자살했는데, 그녀를 남작 부인으로 살게 해준 남편에게 옮아 카렌도 매독에 걸렸다. 남작은 아버지의 오촌이었으며, 애초에 카렌이 사랑했던 것은 남편의 쌍둥이였다. 흠. 나는 카렌 자신일 수밖에 없는 남작 부인 '나'의 온후함과 대자대비한 품성에 놀라며 카렌의 인생을 생각했다.

    덴마크 사람 카렌은 스물여덟에 아프리카에 갔다. 날씨는 잔인했으며, 커피 농장을 하는 것은 곤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카렌은 아프리카를 사랑했다.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하면서부터 원주민에게 뜨거운 애정을 느꼈다. 그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강렬한 감정이었다." "원주민은 피와 살이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삶을 느꼈고, 사랑했고, 썼다. 그래서 살 수 있었다. 생생하고 강렬하게. 그 삶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강렬했던 인물은 키쿠유족 아이 카만테다. 일단, 장난기와 악마성을 반반 갖춘 환상적 인물이라는 개성에 끌렸고, 그 남다름을 발휘해 거의 악마적인 재능으로 남작 부인의 주방을 장악하는 데 홀렸다.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해냈는지 남작 부인 집은 장안에 요리로 유명해지고 명사들이 속속 방문, 카만테의 요리에 감탄한다.

    그 요리 중 이게 있었다. 볼로방. vol-au-vent이라 쓴다. 프랑스어로 '바람에 흩날리다'라는 뜻. 파이 껍질 속에 소스에 버무린 고기나 생선을 넣은 요리인데 가볍게 부풀어 오른 파이 껍질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이 요리가 처음 프랑스에 등장한 것은 루이 15세 때다. 폴란드 공주 마리 레슈친스카가 루이 15세와 혼인했는데 루이 15세는 퐁파두르 부인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공주의 아버지는 딸에게 사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비책으로 볼로방을 알려준다. 그래서 마리는 성공했나? 십일 남매를 낳았고, 장남이 낳은 둘째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게 루이 16세다.

    케냐에는 카렌 블릭센 기념관이 있고, 덴마크에는 카렌 블릭센 뮤지엄이 있다. 나는 어디가 됐든 볼로방은 아니어도 요리 천재 카만테를 기리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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