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들도 실수·좌절 겪었다"

    입력 : 2017.11.10 01:15

    근현대 한국불교 인물 연구 앞장… 김광식 교수 30번째 책 '백용성… '

    "근현대 고승(高僧)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다가 전설이 아닌 '인간'을 만났습니다."

    최근 '백용성 연구'(동국대출판부)를 펴낸 김광식(60) 동국대 특임교수는 9일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근현대 한국 불교사의 주요 인물들을 연구해온 대표적 학자. 이 책은 그의 30번째 저서다. 그는 지금까지 만해·용성·초월·동산·청담·자운·한암·탄허·희찬·벽안·석암·보문 스님 등 지금의 한국 불교 틀을 만든 근현대 고승들의 일대기를 증언을 통해 책으로 정리해왔다. 직접 인터뷰한 불교계 인물만 600명, 주변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1000명을 직접 발로 뛰어 만나고 증언을 들었다.

    25년간 30권의 저서를 펴내며 근현대 한국 불교사의 주요 인물을 재조명한 김광식 교수. 그는 “고승들의 인간적 면모를 확인할 때 더욱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25년간 30권의 저서를 펴내며 근현대 한국 불교사의 주요 인물을 재조명한 김광식 교수. 그는 “고승들의 인간적 면모를 확인할 때 더욱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건국대에서 고려시대 불교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가 근현대 불교 인물 조사에 나선 것은 1980년대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불교계 독립운동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료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1999년 독립기념관을 나와 백담사 만해마을 연구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작업은 본격화됐다. 그는 "당시 불교계는 자료 수집과 보존·연구는 황무지였다"고 했다. 인물 연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 주제로 삼은 인물은 동산 스님과 청담 스님. 1950~60년대 독신 비구승단 운동인 정화운동에 앞장선 이들이다. 주인공들은 이미 입적한 상태. 제자들도 고령에 접어들었다. 그는 "당시 마음이 급했다"고 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제로 삼은 인물의 제자(상좌) 50~60명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는 "한 인물을 취재하는 2~3년은 그 사람에 미쳐서 살았다"며 "'올 코트 프레싱'하듯이 샅샅이 자료를 뒤지고 주변 인물을 훑었다"고 했다. 전국의 사찰에 흩어져 있는 제자들은 잘 만나주지도 않았다. 온갖 인맥을 총동원해 약속을 잡고 찾아가도 허탕 치는 경우도 많았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그가 증언을 들어본 고승들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실수, 고통,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거기서 꺾이고 무너진다면 고승들은 그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 다르다. "자신의 스승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 흘리는 경우를 숱하게 봤습니다.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배웠지만, 그 시절 그렇게 열심히 수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우시는 것이죠." 수학여행 학생들을 상대로 '밥장사'하면서 치열하게 수행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 교수도 함께 울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작업 중 한암 스님과 자운 스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암 스님은 인간적인 한계를 잘 아셨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라고 강조하셨죠. 자운 스님은 주변 분들의 증언이 '보자기'론입니다. 너무도 넓은 보자기여서 한국 불교가 그 폭에 다 담긴다는 뜻입니다. 25년간 취재하면서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한국 불교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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