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이번엔 '현남 오빠에게'…조남주등 7명 페미니즘 소설집

  • 뉴시스

    입력 : 2017.11.14 09:19

    '현남 오빠에게' 간담회
    "페미니즘 소설집이라고만 했지 어떤 주제로 할 것이라는 데 조율이 없었다. 7편의 소설이 모두 다른 스타일로 적혀있어서 독자로서 흥미롭게 읽었다."(조남주 작가)

    "페미니즘은 여자의 목소리만 내는 것으로 규정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김이설 작가)

    "이 소설을 쓰면서 굉장히 힘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최정화 작가)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조남주, 김이설, 최정화 작가는 각자 출간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현남 오빠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0·40대 작가들이 국내 최초로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를 비롯해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여성 작가 7인이 함께했다.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소설이다.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나'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다 너를 위한 거야"와 같은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현남 오빠'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평균적인 한국 남자 '현남 오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현남 오빠에게'는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 소설이자 서늘한 이별 편지다.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남성 독자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남성들도 여성들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들이 많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은 오히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성숙한 자세인 것 같다"며 "그런 남자들에게 좋은 남자 어른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현남 오빠에게' 중에서)

    참고 참았다가 쌓인 울분을 끝내 터뜨리고 마는 '나'의 속 시원한 외침은 '현남 오빠'로 상징되는 성차별 앞에서 당당히 마주서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일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은 작가들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조 작가는 "일단 쓰는 것 자체도 어려웠지만, 표지에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나왔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고 마음 졸이면서 쓰고 있는 6명 작가들을 생각하게 됐다. 흔들리는 배에 같이 올라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한 소설집 안에서 좋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김이설 작가도 "한 주제를 가지고 작가들이 책을 내는 것이 작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공감을 표했다.

    "독자들에게는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주제가 합당한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7명 작가들의 색깔이 다 달라서 각자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식으로 했다. 페미니즘 소설도 문학의 하나로, 문학을 향유하는 즐거움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은 야무지고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왜 생긴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딸 키우는 재미도 마찬가지였다. 딸과 아들의 차이가 아니라 각 아이들마다의 차이 아니냐고, 어찌 딸만 키우는 재미가 있느냐고, 나는 생전 딸 키우는 즐거움은 몰라도 대신 아들 키우는 맛은 정말 잘 알겠다고 말하던 엄마였던 것이다. "(김이설, '경년更年' 중에서)

    조 작가는 "내가 딸만 키우기 때문에 아들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김이설 작가의 작품에 감정을 이입해서 읽었다"고 했다.

    "당시에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단 한 가지 생각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방을 다 치우고 난 뒤에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그 집이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최정화 '모든 것을 제자리에' 중에서)

    최정화 작가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독자들에게도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현재의 제도가 아니라 다른 대안적인 삶,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만족도가 높았다. 주제가 강하게 부각됐을 때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많았다"며 "문학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발언의 한 형태라고 생각. 그 주제가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조 작가는 "페미니즘 전문 작가로 불리는 데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며 "앞으로 그만큼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의식을 소설에 담게 될 것이고, 지금 그것이 여성 관련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82년생 김지영'을 정치권에서 읽어준 후에 제도 관련한 자리나 모임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 종종 있었다"며 "내 역할은 여성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하는 것,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좀 더 여성의 이야기를 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를 나만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다 화자가 되고 이야기가 진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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