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게 미안하다'·'엄니와 데모꾼'外

  • 뉴시스

    입력 : 2017.11.15 09:11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시집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나석중 여섯 번째 시집 '외로움과 슬픔에게 미안하다'

    식욕 앞에서는 외로움과 슬픔에게 미안하다/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지 않고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좀 마시지 않는다/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지 않고/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좀 마시지 않는다*.../내 오늘은 말 못할 서러움조차 꼭꼭 씹는다/('비루한 식욕'중에서)

    나석중 시인은 나이 60세 중반에 등단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의 변방에서 차곡차곡 시를 써왔다. 이제 팔순을 눈앞에 두고 여섯 권째 시집을 냈다. 시인은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기 위해 자신과 주변의 생활을 차분히 응시한다. 인생의 본질은 아픔과 고통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인정하고 "울긋불긋한 풍경들"(내시경으로 본 나)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인의 속울음이 담겼다. 긴 세월의 풍상을 담고 시인의 내면에 천천히, 더디게 새겨진 것들을 토해냈다. 북인. 8000원.
    ◇송문희 첫번째 시집 '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계단 절룩이며 내려와 / 조금씩 몸을 비”우며 다시 채우기 위해 시동을 거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낯선 곳에 헤매게 되고 그 낯선 곳을 익숙하게 지나간 사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너그러운 풍경 안에 머물러 보는 것이다/견딘다는 것은 왼편에 몸을 기댄다는 것/목련꽃이 왼편으로 기울고 동백꽃 왼편이 더 붉은 것도/ 봄의 심장이 왼편에 있기 때문이다/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 중에서)

    2004년 계간 '시와비평'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송문희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익숙해진 ‘오른편’의 세계를 경계하고 ‘왼편’의 낯선 장면을 노래하고 있다. 일상의 변방에 놓인 풍경을 왼손으로 더듬어가는 시인의 감각은 지나친 것들을 새롭게 보여주고, 마주할 것에 대해 특별한 눈부심을 선사한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독자와 소통을 시도하는 시인은 박제된 기억을 흔들어 깨워 현재로 걸어 나오게 한다. 문학의전당,9000원.


    ◇김춘리 두 번째 시집 '모자 속의 말'

    애쓰는 말은 잡식성 동물/ 말은 내가 내뱉는데/채찍과 고삐는 타인이 쥐고 있다/소의 뿔과 몸집은 어느 쪽이 주인일까/애쓰는 말이 주인일까/소 같은 말이 주인일까/채찍과 고삐를 휘두르는 건/편두통 때문일까 뿔 때문일까/타이레놀 두 알이면 뿔이 날아갈까/뿔을 모자에 감춰 보지만 자꾸 뚫고 나오네/모자를 벗을 때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말/ 뿔은 말의 주인일까/버티는 힘으로 애를 쓴다/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난다/애쓰는 말이 들린다.('모자 속의 말' 전문)

    첫 시집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를 통해, 독특한 언어와 상상력으로 익숙한 어휘들 속에 낯선 느낌을 집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춘리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언어와 사유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그 실체를 확정하기 힘들 만큼 난해하다. 어느 쪽이 주인인지 모르는 '소의 뿔과 몸집'의 관계처럼 자기 존재와 사회를 상대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학수첩 시인선’ 108번째 시집으로 출간됐다. 1만원.


    ◇남주희다섯번째 시집 '제비꽃은 오지 않았다'

    수천 개의 그리운 화석들이 꽃무릇처럼 피고/나는 저 밑바닥 가장자리쯤에서 생후 처음 듣는 울음의진원지를 수소문해야 한다/몇 폭의 몸뚱어리가 바트게 접질러진 위로/생이란 생은 모두 바래지며 하얗게 건너가고 있다/오랜 정인에게 띄우는 전갈도 이렇게 백지장처럼 창백할까/둠을 끄는 듯 끌려가는 휜 노인/장처럼 바래지며 천 개의 소금꽃을 따고 있다('소금꽃' 중에서)

    2003년 '시인정신'신인상, '현대수필'신인상을 수상한 남주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를 읽으면 콜라주 기법으로 그린 그림, 혹은 칸딘스키의 추상화가 떠오른다. 시는 언어로 세계를 그리고 그림은 색채와 선으로 세계를 그린다. 작품과 세계가 멀어질수록 추상에 가깝다. 시인은 쓸쓸하고 처연한 세계를 그대로 둘러보지 않고, 풍경의 수평을 흔들며 세상이 불러보지 못한 상태를 그려낸다. 문학의전당, 9000원.


    ◇엄니와 데모꾼

    고분고분하지 말고 일부러라도 틱틱거려야/데모꾼 자식 둔 엄니들은 가끔 그게 익숙할 때가 있어야/래야 아이구 저늠 승깔 하곤 딱 지애비 닮아서리/하믄서 먼저 죽은 남편 생각하는 거라야/헌디 이늠아 제발 이늠아 넘 앞장서다 다치지 말구 중간만 해라잉 그라시지/그라믄 아구 아구 알았다닝께 또 그라시네 허지/참 그 소리 들을 날도 얼마 안 남았제/그케 생각하믄 눈물 나야/('엄니와 데모꾼' 중에서)

    해직 노동자인 김종수의 일생을 담아낸 자서전같은 시집이다. 삶의 현장에서 상처 입은 재료들이 쌓아 올린 기록으로 고난의 한 생을 기어이 살아낸 흔적이 담겼다. 이젠 시인이 된 그는 198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채1기로 입사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을 노동운동에 헌신해 왔다. 춘천민주노동자연합 위원장, 민주노총 강원본부장, 민주노총 총연맹 비상대책위원, 강원민중연대 상임대표 등을 역임하고 현재 민주노총 강원본부 지도위원으로 있다. 달아실출판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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