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 얀 마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출간

  • 뉴시스

    입력 : 2017.11.15 09:12

    '포르투갈의 높은 산', 책
    "사랑은 집이다. 매일 아침 수도관은 거품이 이는 새로운 감정들을 나르고, 하수구는 말다툼을 씻어 내리고, 환한 창문은 활짝 열려 새로이 다진 선의의 싱그러운 공기를 받아들인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이다. 그에게도 한때 그런 집이 있었다, 그것이 무너지기 전까지는."(35쪽)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54)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그는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2002)로 맨부커상을 받았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지극한 사랑 뒤에 지독한 슬픔을 겪은 세 남자가 상실, 그 이후의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얀 마텔이 그동안 일관되게 천착해온 주제들, 신과 믿음,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 진실과 허구 등의 문제를 다룬다.

    얀 마텔은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다름 아닌 인간의 의지라고 할 때, 인간이 한없이 연약해지는 순간은 바로 그 균형이 조화롭지 못할 때"라고 강조한다.얀 마텔에 따르면 인간 존재의 정체성은 이야기를 통해 나오고, 이야기를 통해 예증되며, 이야기를 통해 이해된다. 혼란한 상실의 세계 속, 존재의 미스터리에 담긴 놀라운 비밀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자리하고 있다.

    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인 것일까. 이 아이러니한 명명법에는 존재의 역설이 담겼다. 실제적 장소라기보다는 신화적 장소, 즉 상상적 허구이고 판타지에 가깝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에 맞닿아 있다는 놀라운 발견이 있다.

    "그는 반발하면서 걷는다.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 마당에, 반발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22쪽)

    1부 '집을 잃다'는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된다.

    일주일 만에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겪은 토마스는 가혹한 운명을 내린 신에게 반발하기 위해 1년째 뒤로 걷고 있다. 그는 고미술 학예사 보조로 일하던 중에 17세기 고문서에서 기독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놀라운 십자고상을 발견한다.

    그곳의 소재지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의 작은 교회. 모든 것을 잃고 절망과 분노만이 남은 그는 신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며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먼 길을 떠나고, 아름다웠던 과거에 사로잡혀 퇴행하던 한 남자가 새로운 안식처와 집을 향해 앞으로 질주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죽음은 살해로, 사랑하는 이를 부당하게 빼앗긴 것으로 느껴지죠.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의 살해를 맞닥뜨리죠. 바로 자신의 죽음 말이에요. 우리 모두는 자신이 피해자인 살해 미스터리에서 살아요."(198쪽)

    2부 '집으로'의 배경은 1938년 포르투갈이다. 섣달 그믐날에서 새해로 넘어가는 야심한 시각, 병리학자인 에우제비우에게 한 노부인이 찾아온다. 부인은 남편의 시신을 들고 먼 길을 달려와 부검을 의뢰한다.

    부검을 통해 남편이 왜 죽었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려달라는 것. 당혹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앞에는 그가 늘 다루는 죽음과도 같이 예기치 않은 미스터리에 맞닥뜨린다.

    "오도는 그의 삶을 차지해버렸다. 피터는 침팬지의 기품에 감동받았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이다."(366쪽)

    3부 '집'는 1981년에서 시작된다. 캐나다의 상원의원 피터는 40년간 함께해온 아내의 상실을 겪은 후 큰 슬픔에 빠져 있다. 직책도, 집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버리고 포르투갈 북부에 자리한 고향 마을 투이젤루로 찾아간 그의 옆에는 이제 평범하지 않은 동반자인 침팬지가 함께한다. 인간인 피터는 침팬지를 닮아가며 그들만의 잊지 못할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해의 첫날,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이 뒤틀린 인과관계는 어느 한순간 그러한 개념들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부수며 현실 너머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인도한다. 공경희 옮김, 416쪽, 작가정신, 1만4000원.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