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 때 중국에 팔려와 시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해"

    입력 : 2017.11.30 03:03

    중국 거주 탈북여성 100명 인터뷰… 인권문제 짚은 '북조선 환향녀'

    "스물세 살 때 중국에 팔려 왔다. 결혼한 지 4년 만에 중국인 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사실이 알려질까봐 시아버지가 나를 신고했다. 공안이 벌금 3만위안(약 490만원)을 요구했는데 남편은 나를 구해 주지 않았다."(함북 청진 출신 36세 여성) "스물 한 살 때 65세 남편의 '씨받이'로 팔려 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본부인을 매일 마주치며 모진 수모를 당하다가 집을 나왔다."(양강도 혜산 출신 23세 여성)

    중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탈북 여성 100명을 심층 면접하고 생활 실태와 인권 문제를 짚은 연구서 '북조선 환향녀'(강동완·라종억 저, 도서출판 너나드리·사진)가 출간됐다. 통일과나눔재단(이사장 안병훈)의 지원 사업으로 나온 이 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현지 탈북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한 결과물이다.

    인터뷰 대상자 중 납치나 취업사기·인신매매 등 비자발적으로 탈북한 경우가 77%에 달했으며, 몸값은 최저 6000위안(약 98만원)에서 최고 7만위안(약 1142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2%가 10년 이상 중국에 살고 있어서 '체류'가 아니라 장기 거주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강제 결혼, 성폭행, 원치 않은 임신, 부인과 질병, 노동 착취, 매춘 강요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결혼한 여성의 대부분은 시댁의 무시와 구타,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선 여자는 아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애 낳는 기계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하는가 하면, 400위안(약 6만5000원)을 벌기 위해 머리카락을 팔고 삭발한 여성도 있었다.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식을 두고 갈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저자들은 '분단의 인질'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할 일로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 ▲심리·의료 지원 서비스 ▲보호 받지 못하는 자녀들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인신매매 브로커 활동 차단 등을 꼽았다. 또한 이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북한에서 곧바로 넘어온 탈북민과는 다른 접근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3만여 명 중 70% 이상이 여성이고, 그중 상당수가 중국 거주 경험이 있는 여성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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