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변명

    입력 : 2017.11.30 16:02

    [books 레터]

    어수웅·Books팀장
    어수웅·Books팀장
    에로 배우 실비아 크리스텔(1952~2012)이 예순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차타레 부인의 사랑' '개인교수' 같은 그의 대표작 작품 분석은 물론 아니고, 일종의 세대론이었죠. 70~80년대 청소년들의 '스크린 성인식'을 치르게 했던 여배우의 상대적으로 이른 죽음, 어쩌면 그래서 지금의 50~60대들이 더 크게 느꼈을 상실감에 대하여.

    이 세대를 주어(主語)로 하는 고백을 읽었습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62)의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연두刊).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베이비부머 중 한 사람이다. 우리 세대는 한국 전쟁 뒤 태어났다. '꽃중년'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는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렸다. 최희준의 '하숙생'과 '돌아가는 삼각지'를 듣고 자랐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감동하고, '러브 스토리'를 보며 설레었고, 주간지 '선데이 서울'에서 성(性)을 배우고,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에서 자본주의가 순결한 여자를 어떻게 농락하고 인생을 망가뜨리는지 확인했던 세대.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신념도 각양각색. 2016년 겨울 촛불 집회에 나간 친구들과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간 친구들. 누구는 영화 '변호인'에 열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시장' 보며 눈물 떨구는. 부자와 빈자, 보수 꼴통과 꼴통 좌파, 신념 기억이 이상 비대화된 자와 다양한 학습 기억을 가진 자로 나뉜 채 뒤섞여 있다는 거죠.

    각 세대의 변명을 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실비아 크리스텔의 죽음에 충격받은 세대가 있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가슴 저린 세대가 있겠죠. 자신은 젊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세대는 늙어가기 마련입니다. 남는 건 글과, 그 글을 읽으며 기억할 후배 세대죠.

    뉴욕 맨해튼의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AAAL)의 청동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오직 예술만이 지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머문다."

    조금 거창하지만, 책으로 펴낸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변명'을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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