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천 명이 인력거에 올랐다

    입력 : 2017.11.30 16:05

    기생 천 명이 인력거에 올랐다
    화중선을 찾아서 | 김진송 지음|푸른역사|432쪽 | 1만7900원

    "종로 네거리에 불 밝혀지기가 무섭게 반달 같은 눈썹을 그리고 입술에 연지 찍고 인력거에 올라 명월관이나 식도원으로 분주히 출입하는 기생이 천여 명이었다."(295쪽) 교과서로 배운 정도로만 1920년대를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신문·잡지 같은 당대의 1차 자료들을 보며 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새로운 모더니즘의 폭풍 속, 인텔리 사내들과 기생들이 펼치는 뜻밖의 환락 문화가 경성에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단행본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써서 일제하의 일상사(日常史)를 알렸던 저자는, 이 소설 형식의 책에서 그 풍경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린다. '남성 중심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한 기생의 도발적인 글과 식민지 남성 인텔리 계층의 위선이 교차하는데 "요릿집에서 무릎 위에 기생을 앉혀 놓고는 남녀평등, 돈이 없을 때는 공산주의, 돈이 생기면 개인주의"라는 등 당대의 날카로운 평론들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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