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인간' 미친 56년의 기록

  • 박소령·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입력 : 2017.11.30 16:10

    '직관의 인간' 미친 56년의 기록
    스티브 잡스 | 월터 아이작슨 지음 | 안진환 옮김|민음사 | 1108쪽|1만9800원

    인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세 가지를 꼽자면, 이탈리아 디자인, 일본의 선불교, 그리고 인도에서 배운 직관이라 할 수 있다. 잡스는 1974년 19세 시절 인도를 여행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깨달음의 경지를 추구하길 원했고, 7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이성적 사고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월터 아이작슨의 책, '스티브 잡스'는 '직관의 인간'이 살아온 56년에 관한 기록이다.

    1100쪽 분량의 이 책을 정독하는데 약 10시간이 소요되었다. 장거리 비행기 노선을 타지 않는 한, 이 정도 두께의 책을 일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읽기를 추천하는 부분은 1980년 매킨토시를 만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1997년 애플에 극적으로 복귀하는 장면까지다. (이러면 300쪽 분량으로 줄어든다.) 잡스는 죽기 전 10여 년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다고 자평하는데, 이는 앞선 17년의 시간이 일과 인생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축하는 토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직관의 인간' 미친 56년의 기록
    일러스트=안병현

    잡스는 자신의 내적 동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탁월한 제품을 만들면서 영속하는 회사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아내 로런 파월의 말에 따르면, 잡스에게는 인류의 진보와 인간의 손에 훌륭한 도구를 들려주는 일이 가족보다도 우선이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대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역사의 훈장을 원했고, 그래서 기업용 시장에서는 자신이 열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원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잡스에게 필요한 것은 팀이었다. "창의적인 사람 한 명보다는 체계를 갖춘 훌륭한 기업이 더 커다란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강조한다. A급 팀원들은 A급 팀원하고만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배웠고, 그 때문에 팀을 탁월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영감을 심어주는 리더였다. "저는 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함께 일하는 행운은 아무한테나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라는 팀원의 고백은 잡스에게 또 다른 훈장일 터이다.

    한 인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또 다른 평전, '비커밍 스티브 잡스'에서 현 애플 CEO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잡스를 보여주는 방식이 부정적이고 편협하다며 불만을 표한다. 그러나 1997년 잡스가 복귀 후 만든 광고 속 이 문장만큼은 그의 짧은 생애를 요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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