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백석… 그들의 자취 찾아 골목 누비다

    입력 : 2017.12.01 01:30

    아시아 작가들, 서울 골목기행… '님의 침묵' 즉석 낭독회도 열려
    "아시아 문학 접할 기회 많아져야"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2017 아시아 문학 창작 워크숍에 참가한 아시아 작가 다섯 명이 지난 29일 서울의 골목 순례에 나섰다. 베트남 소설가 자 응언(65)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오까 루스미니(50), 네팔의 나라얀 와글레(49), 팔레스타인의 아다니아 쉬블리(43), 태국의 우팃 해마무(42)는 종로구와 성북구를 가로질러 와룡공원, 북정마을, 심우장, 수연산방, 길상사를 차례로 둘러봤다. 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문학 창작 워크숍의 주제가 '도시와 골목:아시아 작가들, 골목을 이야기하다'이기 때문이다. 북정마을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소설가 임수현이 안내를 맡았고 소설가 김남일·김이정·이지·하명희, 시인 정수자·박설희·김선향이 동행한 뒤 토론회에도 참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만해(萬海)의 성북동 심우장을 찾은 아시아 작가들. 왼쪽부터 오까 루스미니, 아다니아 쉬블리, 나라얀 와글레, 자 응언, 우팃 해마무. /박상훈 기자

    베트남 작가 자 응언은 한양 도성을 거닐며 "수도를 외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쌓은 성벽을 따라 걸으니 말발굽 소리가 들린 듯했다"며 "베트남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해설사로 나선 소설가 임수현은 심우장을 찾은 외국 작가들에게 "만해 한용운은 '조선총독부가 보기 싫다'며 총독부를 등지도록 집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심우장에선 즉석 낭독회도 열렸다. 김선향 시인이 시 '님의 침묵'을 꺼내 "님은 갔습니다"라며 낭독을 시작하자 팔레스타인 소설가 쉬블리는 '님의 침묵' 영역본이 뜬 스마트폰을 들고 "My beloved has gone"이라며 순차(順次) 통역하듯이 읽어갔다.

    아시아 작가들은 이태준 고택(古宅)에 이어 길상사를 찾아 수필가로도 이름이 높았던 법정 스님의 자취와 함께 백석 시인의 시비(詩碑)를 본 뒤 "오늘 탐방한 곳이 모두 문학과 관련된 곳이라 흥미롭다"고 했다. 외국 작가들은 시비에 새겨진 시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에 대해 한국 문인들이 "이 시가 발표됐을 때 시인이 사랑한 '나타샤'가 자신이라고 생각한 여성 문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자 웃음을 터뜨렸다.

    골목길 탐방이 끝난 뒤 작가들은 서울 대학로에서 '서울의 느낌'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온 소설가 루스미니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라든지 K팝을 통해서만 한국을 접했는데, 처음 골목길을 돌아다녀 보니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다"며 "골목길이 한국 문학에 많은 영감을 줬다는 인상이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 작가 와글레는 "달팽이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보니 서울의 골목길은 옛것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소설가 김남일은 "서구 문학에 치우친 독서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훌륭한 문학을 확인하는 자리가 자주 열려야 한다"며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 가까이 되는 나라인데, 우리가 경제적으로 주목하는 만큼 문학을 통해 더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국과 아시아 작가들은 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신촌의 카페 파스텔에서 공개 낭독회를 무료로 연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