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서, 초록 지붕 아래서 자랐죠"

    입력 : 2017.12.01 03:16

    제48회 동인문학상 김애란 수상
    "딸만 셋 가난한 집 쌍둥이 막내… 남 안 주고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

    "최근 네 달간 폴란드에서 지냈어요. 처음엔 주황색으로 통일된 유럽의 지붕과 그 미감(美感)이 참 부럽고 신기했죠. 어느 날 폴란드 번역자가 서울의 주택 풍경이 궁금하다고 해서 사진을 찾아준 적이 있어요. 방수 페인트의 탁한 초록색으로 덮인 다닥다닥한 다세대 주택.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정서를 건드리는 건 바로 내가 속한 세계의 초록 지붕이구나. 나는 저 초록에서 자랐고, 그 초록이 환기하는 이웃과 가난과 시행착오로부터 영향받고 있구나."

    제48회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애란(37)씨가 30일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감을 읊조렸다. 수상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은 2012년 이후 발표한 단편 7편을 추린 책.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나 편부모 다문화 가정 등 저조한 일상의 고단을 비춘다. 김씨는 "세계와 인간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계속 다른 이야기를 써나가겠다"고 했다. 6월 발매된 책은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얻으며 지금껏 8만부를 찍었다.

    동료 문인과 출판인들이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애란씨를 둘러싸고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수 문학평론가,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 조연주 편집자, 편혜영 소설가, 신샛별 문학평론가, 수상자 김애란씨, 김내리 편집자, 정영수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동료 문인과 출판인들이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자 김애란씨를 둘러싸고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홍수 문학평론가,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 조연주 편집자, 편혜영 소설가, 신샛별 문학평론가, 수상자 김애란씨, 김내리 편집자, 정영수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남강호 기자

    스물두 살에 데뷔한 김씨는 2008년과 2012년에 이어 세 차례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다섯 번째 소설책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등단하던 날 시상식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맨 뒷자리에서 고개 뺀 채 딸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던 부모님.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게 촌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발소에서 머리 깎고 식당에서 손칼국수를 썰어가며 키운 딸. 김씨는 목소리까지 떨어가며 15년 만의 고백을 이었다. "딸만 셋인 가난한 집 쌍둥이 막내. '한 놈 다른 집 주자'는 얘기가 나왔죠. 그러지 않고 '우리가 키우자' 주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려주신 것 잘 간직해 사람 어려워하고 아끼는 데 쓰겠습니다." 남편 고재귀(43) 극작가를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휘청일 때마다 붙들어주고 늘 첫 독자가 돼주는 배우자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이날 축사는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김연수(47)씨가 맡았다. "김애란씨는 저보다 열 살 어리고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입니다. 워낙 잘 달리는 말(馬)이니 채찍질만 조금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당근은 오늘만 드시고, 내일부터는 달릴 때 피처럼 붉은 땀을 흘린다는 한혈마(汗血馬)처럼 피땀 쏟아가며 쓰시기 바랍니다."

    수상자 김씨는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김화영·김인환·오정희·구효서씨, 김동인 선생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소설가 편혜영·정영수씨, 시인 기혁씨, 문학평론가 이광호·정홍수·신샛별씨, 출판인 염현숙·이상술·김내리·조연주·이근혜·김은경·김시내·김요안·홍예빈·김영준·안성열·김현정씨와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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