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송은일 "12년 만에 '반야' 완간...감개무량"

  • 뉴시스

    입력 : 2017.12.06 09:12

    '반야' 출간 기념 간담회
    ■대하소설 '반야' 출간 기념 간담회
    "소설이 완간되는데 12년 정도 걸렸네요. 소감을 말하기에는 '감개무량' 외에는 떠올리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심정입니다."

    소설가 송은일(53)씨는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반야'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나긴 세월이 걸려서 소설을 썼으니 많은 독자들한테 읽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난 2007년 첫 출간된 장편소설 '반야'(1·2권, 문이당)을 10년 만에 원고지 1만5000여 매의 대하소설로 출간했다. 그녀는 "10년 전에 2권을 낼 때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나 싶어서 원고를 끝냈다"며 "그러고 나서 하려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는 생각이 점차 커졌다.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어느 때가 되면 쓸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반야'를 몇 권으로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쓸까 싶었는데, 쓰다보니 어차피 5권이나 7권이나 10권이나 책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며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소설 속에서 놀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원고지 1만5000매 가량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 문단에서 이처럼 호흡이 긴 여성작가의 대하소설은 박경리 '토지'와 최명희 '혼불' 이후 처음이다.

    그녀는 "박경리 선생 '토지'는 대학교 때 열심히 읽었고, 박경리 선생이 롤 모델이었다"고 회상했다.

    "박경리나 최명희 선생님 작품과 제 소설이 어떤 점이 같은지는 이야기하기 어려워도, 다른 점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근현대를 썼지만, 저는 300년 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좀 더 현대적인 문장을 구사한 것도 있습니다. 선생님들 작품보다 제 작품을 읽기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요."

    대하소설 '반야'는 조선중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 소설의 면모보다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간살이의 궁극적인 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들마다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단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이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라고 느껴주는 게 맞을 것 같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사는 데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인간이 하면 안 되는 어떤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 소설을 쓴 것 같아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 사이에서 삶의 한 방법으로서 고민하는 게 소설가로서의 일인 것 같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신분의 차이가 엄혹했던 시절, 가장 천한 계층이었던 무녀 '반야'다. 특정 시대의 이야기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이것 또한 철저하게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또 다른 세계이다.

    소설 속 반야는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천한 무녀이지만, 타고난 재주로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듬고, 엄격한 현실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의 목숨 값이 같은 새로운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역사물을 쓸 때는 상상력이 작동하기 좋은 것 같아요. 현대물을 쓸 때 현실적인 것들의 시류라고나 해야 할까요. 그런 문제들을 현대적인 언어로 그리는 데 작가로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할지라도 역사물이소설 안에서 이야기할 때 좀 더 자유롭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반야' 속에는 주인공 '반야' 외에 또 다른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라는 평등사상을 강령으로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사신계'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만단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현실 세상의 권력자들 등이다. 그 세 축의 세력 사이에 치명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송씨는 소설을 쓰면서 영·정조 시대가 현대와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몸은 여기 두고, 300년 전의 시대에 의식을 뒀어요. 쓰다보니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그러던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어요. 커다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내가 하려는 작업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은 현대의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일단 재미있다"며 "초고를 다 읽고 친한 후배가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소설'이라고 했다. 따뜻한 이야기고, 끝까지 읽어갈 때 지루한 느낌은 가지지 못했다는 게 후배 이야기"라고 전했다.

    "TV를 보는 것이 소설에서 분리돼 휴식을 취하는 방법입니다. 드라마를 많이 좋아하는데, 제 소설도 드라마틱한 측면이 있어요. 살기 어려운 세상에 따뜻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니 독자들이 한 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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