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만큼 알아?

    입력 : 2017.12.07 16:11

    [books 레터]

    '2017 올해의 책 10'의 특징 중 하나는 전문가의 반격입니다. 인터넷이 지적 평등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기도취적 나르시시즘의 도구로 추락했다는 우려가 요즘은 더 많죠. 반나절 구글 검색에 열중한 뒤 '나도 너만큼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조선일보 Books가 선정한 올해의 책은 유난히 '글 잘 쓰는 전문가들'의 책이 많았습니다. 하버드대 수학박사 출신으로 뉴욕 월가 헤지펀드 분석가(퀀트)로 일한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 수학무기', 유머 한 스푼 섞어 '한문 번역의 어벤저스'로 불리는 한문학자 안대회·이종묵·정민 교수의 '한국산문선', 주일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출신 신상목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등이 그 예입니다. 전문가와 일반인, 지식을 가진 사람과 궁금증을 가진 사람 사이의 구분과 차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50년 전부터 이 위기를 경고했던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와 러시아 전문가인 미 해군대학 교수 톰 니콜스의 '전문가와 강적들'도 이 문제의식을 선명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팩트 많이 외우면 퀴즈왕일 뿐, 전문가는 시간이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한 지난주 Books의 주경철 서울대 교수 인터뷰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학은 두 편이 뽑혔습니다. 세상과 자신의 온도차를 이야기하는 김애란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바깥은 여름', 20대에게 출산을 '고무'하고 30대에게는 공감의 '울컥'을 이끌어낸 이기호의 장편(掌篇) 소설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입니다. 올해 새로운 시도가 또 하나 있습니다. 과학 전문가 20명이 직접 투표해 뽑은 '올해의 과학책'입니다.

    늘 그래왔듯, 조선일보 올해의 책은 숫자보다 의미에 주안(主眼)을 뒀습니다.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1, 2위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까닭입니다. 다음 주 '올해의 저자 10'도 기대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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