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여 차라리 속물이 돼라"

  • 뉴시스

    입력 : 2017.12.08 11:24

    남인숙 작가
    ■'여성들의 멘토 전업 작가' 남인숙 인터뷰
    亞서 380만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개정판 출간
    "결혼에 있어서만큼은 '속물' 소리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속물'이라는 말을 듣는 게 무서워서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차라리 '속물'이 되세요."

    한국·중국·대만·몽골 등 아시아에서 38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의 저자 남인숙(43)씨는 상냥하면서도 시원시원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여성들의 멘토답게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에 따르면 '속물'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또 '고급한 속물'이란 환상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여자를 뜻한다.

    남씨는 "결혼을 후회없는 선택으로 만들려면 '고급한 속물'이 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며 "속물에도 하수가 있고, 고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수로서의 속물은 당장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 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경지에 오른 현실주의자는 다른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지혜가 있고, 그런 사람이 결혼에 있어 현명한 선택을 한다"며 "스스로를 멀리까지 내다보는 '고급한 속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녀는 최근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실천편'(해냄) 개정판을 냈다. 구성을 새롭게 하고, 내용도 추가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인 '결혼'에 대한 조언부터 시작해 경제적·정신적 독립을 미루는 캥거루족 문제 등을 분석하면서 20대의 새로운 고민들을 더했다.

    책 안에는 저자의 실제 경험을 비롯해 그동안 저서·강연을 통해 만나본 20대 여성들의 진로 고민과 대인 관계 문제, 가족·경제적 트러블 등에 대한 명쾌한 해답들이 담겼다.

    "10년 전에 책이 나왔는데, 그 때와 지금 여자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이기적이라고 하잖아요.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안 그래요. 부모님이 크게 진 빚이 있으면 20대 여성이 그걸 해결할 순 없거든요. 이런 일은 부모의 영역으로 단호하게 분리해서 자기 살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좀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과 존재를 우선순위에 두는 데 너무 많은 죄책감을 갖고 있어요. 특히 한국 여성들이 많이 착해요. 어렸을 때부터 남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요. 다른 사람 감정이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거에요. 그렇게 함으로써 단호하게 자신을 위한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녀가 처음 책을 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2004년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초판이 나왔을 때 이미 기혼이었고, 남씨의 기억은 서른살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당시에 소위 말하는 인생 과업을 다 끝냈어요. 30살이 되기 전에 책도 몇 권 냈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어요. 그런 것을 이미 다 겪어보고 나니 미혼 여성들에게 결혼 선배로서 좋은 조언을 해주고 싶었어요. 서른살이 되니까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야 될지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거에요. 머릿속에 목차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어요."

    세대가 바뀌고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으로 손꼽힌다.

    여자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결혼상대자로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는가, 결혼할 때 어떤 점을 꼭 살펴야 후회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미혼 여성들에게 자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자 조건에 대해 포기하지 말아야 될 것을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봐도 결혼해서는 안 될 남자인데, '결혼하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혼하기에 좋은 남자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고, 상식선에서의 호의를 행할 줄 아는 '적당히 나쁜 남자'다. 남과 나, 내 가족과 남이라는 선을 긋고 그 선을 침범하는 타인은 정중하게 거절할 줄도 알고, 자신을 호구로 보고 덤비는 영악한 사람들을 범처럼 내칠 줄도 알며, 세상 그 무엇보다 내 여자가 우선인 이기적인 모습도 있는 남자가 최고의 남편감이다."(250쪽)

    흔히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이야기한다. 또 결혼은 조건만 봐서도, 사랑만으로도 안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조건 모두를 포기하지 않고, 이 둘의 균형이 적절하게 맞춰졌을 때 결혼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조건이 7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 3이 될 수도 있어요. 본인의 성향에 따라서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싱글들의 삶이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결혼도 나아진다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선택하면 삶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어요."

    그녀의 20대는 어땠을까.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남씨는 "대학 시절에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 기자 등을 생각했는데, 그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20대를 잘 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성공, 실패를 다 떠나서 도전했다"며 "잡지사 기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도 했다. 방송국 구성작가 일도 해봤고, 어디에서든 제의가 오면 모든 글을 다 썼다"고 털어놨다.
    남씨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요즘 뭐든지 다 경쟁이 심하고 힘들더라구요. 반면에 의외로 기회도 많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놓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삶이 오더라구요."

    "자존감에 관한 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는 그녀는 현역으로 오래 활동하는 작가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글이 덜 늙었으면 좋겠어요.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그 둘 중에 아무 것에도 해당되지 않으면 책으로 세상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독자들과 함께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작가로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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