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의 죽음… 뒤르켐이 틀렸다

    입력 : 2017.12.21 15:20

    샤이니 종현의 죽음… 뒤르켐이 틀렸다
    자살의 사회학 | 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 | 박우정 옮김|글항아리 | 604쪽|2만9800원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27)은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놓고 지난 18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인을 통해 공개한 유서엔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 책의 논지에 따르면 가장 권위 있는 자살 관련 연구의 맹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탈리아 사회학자인 저자는 자살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의 이정표였던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을 논박한다. 역사의 진보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더욱 엄격하게' 금지되었고, 자살에 대한 비난도 커진다고 봤던 뒤르켐의 주장을 뒤집는다. '자발적 죽음에 대한 도덕적 접근 방식에 위기가 온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중략) 세상과 작별하는 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눈뜬 것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샤이니 종현의 죽음… 뒤르켐이 틀렸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가 미국 여배우 도로시 헤일을 묘사한 작품 ‘도로시 헤일의 자살’(1939). / 글항아리
    학문은 선배들의 연구를 디딤돌 삼아 발돋움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사회의 '통합'과 '규제'를 변수로 놓고 현대의 자살률 변화를 내다본 뒤르켐의 예측이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뒤르켐은 갈수록 통합이 약해지기 때문에 집단에 철저하게 종속된 개인의 '이타적 자살'(과거 인도에서 죽은 남편을 따라 아내가 자결하던 '사티' 풍습이 대표적 사례다)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도 정치적 목적의 분신(焚身) 같은 형태로 이타적 자살은 계속됐다.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나 9·11 테러처럼 새로운 유형의 이타적 자살도 등장했다.

    따라서 자살의 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과 '누군가에게 대항하는 자살'로 크게 나누고, 전자는 다시 이기적 자살(나를 위한 자살)과 이타적 자살(타인을 위한 자살), 후자는 공격적 자살(개인적으로 타인을 해치려는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종교적·정치적 테러 등)로 분류한다.

    젊은 K팝 스타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느 지점에 있을까. 생전 우울증을 앓았다는 그는 유서에서 '막히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라고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이기적 자살, 즉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목숨을 끊는' 경우였을까. 눈길을 끄는 건 저자가 "탄탄한 관계망에 소속돼 다양한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역경이 닥쳐도 자살할 위험이 더 낮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국 남은 이들 모두의 공동 책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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