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시루떡

  • 한은형 소설가

    입력 : 2017.12.28 15:40

    [한은형의 탐식탐독]

    소설을 읽다가 '이건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랄 수밖에 없겠는데?'라며 촉이 오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나는 작가의 다른 책이나 작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쓴 책 등등을 뒤지게 된다. 일종의 탐정 본능이 발동되는 것인데, 거의 나의 승리로 끝난다. 내가 의심했던 그 부분에 대해 그들은 어딘가에 꼭 '그래, 그건 내 체험이었어'라며 실토하고 있기 때문에.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고양이가 떡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떡을 훔쳐 먹으려던 고양이가 떡의 찰기에 온몸이 포박되어버렸던 것. 이 고양이는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 "떡이 요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아무리 씹어도 열을 셋으로 나누는 것처럼 영원히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니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 그걸 발견한 아이 왈. "어머나, 고양이가 떡을 먹으면서 춤을 추고 있네." 이내 온 가족이 모여들어 깔깔거린다. 화가 나고 괴롭지만 춤을 멈출 수 없는 고양이의 아이러니여!

    진위를 확인하게 된 것은 이십 년도 더 지나서였다. 증거는 소세키의 아내 나쓰메 교코가 '내 남편 소세키'를 추억하며 쓴 '나쓰메 소세키, 추억'에 있었다. 나는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안에서 나쓰메 일가가 키웠던 고양이가 떡을 먹으면서 춤을 추던 일이 회고되리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내 확신은 맞았다.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희열이란.

    소설에서 고양이가 이 떡과 사투를 벌이는 시점은 새해다. 일본에서도 떡국을 먹기 때문에. 오조니라고 한다. 우리의 떡국과 다른 것은 일본의 떡국 떡은 찰떡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처럼 작게 썬 떡이 아니라 뭉치 떡이라는 것도 다르다. 그러니 이 고양이는 떡 위에서 무대를 벌일 수 있던 것이고.

    내게 새해를 열어준 떡은 따로 있었으니, 시루떡이다. 어느 해의 마지막 날 나는 국립극장에 '적벽가'를 들으러 갔다. 그날의 판소리는 안숙선 명창이 대패한 조조가 군사를 점고하는 대목에서 끝났다. 왜냐하면 곧 새해였고, 국립극장에서는 불꽃놀이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래서 울음을 닦고 밖으로 나가는데 명창이 준비한 시루떡을 꼭꼭 받아 가시라는 방송이 나왔다. 호박고지를 얼마나 넣었으면 떡에서는 황금 진액이 줄줄 흘렀다. 그렇게 맛있는 시루떡은 처음 먹어보았다. 떡을 먹는데 여전히 귀에서는 통곡하는 조조의 목소리가 들렸고. 불꽃이 터졌다. 새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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