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佛性 있나' 묻는다면…

    입력 : 2018.01.05 00:41

    '길냥이 아빠' 송광사 보경 스님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 펴내

    우연일까 필연일까. 스님에겐 '냥이'와의 만남이 화두다.

    2년 전 여름, 보경 스님은 14년 서울 생활을 마치고 전남 순천 송광사로 돌아갔다. 구산 스님 사리탑이 있는 탑전(塔殿) 부근 한 칸짜리 반지하방에서 산행과 독서로 '서울물'을 빼고 있던 그에게 돌연 냥이가 찾아왔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방 앞에 얌전히 앉아 있던 길냥이 한 마리. 배가 고픈가 싶어 먹을 것을 줬더니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았다. 고양이 이름은 '탑전 냥이'. 졸지에 '냥이 아빠'가 된 스님은 함께 산 겨울 이야기를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불광)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송광사 보경 스님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냥이는 딴청 부리고 있다.
    송광사 보경 스님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냥이는 딴청 부리고 있다. /불광출판사
    보경 스님은 송광사 서울 분원 법련사 주지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불교 교리 안내서, 에세이 등 10여권을 펴냈다. 그렇지만 '고양이 책'은 처음이다.

    책은 문이 여러 개 달린 집과 같다. 애묘인(愛猫人)들은 50대 중반 고양이에 빠진 남성의 애절함에 공감할 테고, 여행자라면 순천, 여수, 벌교 등 남도의 정취가 남다를 것이다. 불자(佛子)에겐 고양이라는 당의(糖衣)를 입힌 불교 안내서로 읽힌다.

    스님은 냥이와 지내며 책장을 뒤진다. 장 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꺼내 읽은 스님은 "섬과 고양이와 나는 독립된 관계로서 묘한 연관성이 느껴졌다. 섬은 육지로부터의 분리이고, 고양이는 관계로부터의 독립이며, 나는 무소의 뿔과 같은 나 스스로의 홀로서기를 꿈꾸는 것이다"라고 썼다. '열반경' '선문염송' 등 불경도 다시 뒤적인다. 경전의 문장이 새롭게 다가온다. 옛 선사(禪師)들이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느냐'를 화두로 삼았다면 보경 스님은 '고양이에게도 불성이 있을까'를 화두로 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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