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 "80세도 중년...나는 밤을 더 좋아한다"

  • 뉴시스

    입력 : 2018.01.08 10:02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책
    시인인 유안진(76) 서울대 명예교수가 산문집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달, 위로, 별'로 등단한 유씨는 시집 '달하' '거짓말로 참말하기',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축복을 웃도는 것' 등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소월문학상특별상, 윤동주문학상, 월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 교수이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한국시인협회 고문이다.

    여든에 가까운 현재까지 평생 동안 사색하고 통찰한 내용들이 저자 특유의 독창적인 표현과 유려한 문체로 담겨 있다. 특히 등단 이래 처음으로, 신자들을 위해 시인의 눈으로 신앙을 성찰하며 쓴 글들도 수록했다. "모든 색이 다 모이면 검정색이 되듯, 우리의 모든 잘못들이 모이면 흰 치마도 검정색이 되지. 모든 때 얼룩도 다 가려 주고 숨겨 주지. 그래서 위로와 평화의 색상 모성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색상, 그래서 밤은 검은색이다. 한밤 잘 자고 나면 새로운 사기가 얻어지고 용기가 회복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모성성을 대변하는 엄마의 검정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울고 나면, 모든 실패와 실수는 다 사라지고 새로운 나 자신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래서 신(神)은 밤을 만들어 주셨으리라. 신부님과 수녀님의 검은 수도복이 검정색인 까닭도 고해하는 교우들의 모든 때 얼룩을 다 받아 준다는 상징이 아닐까?"(58~59쪽)

    "나는 밤을 더 좋아한다. 밤이야말로 모든 생명체에게 베푸는 신의 최고 자비로움 같다. 낮 동안 핏발 서던 두 눈이 어둠 속에서야 시원하고 편안해지곤 한다. 적절히 가려 주고 숨겨 주어서 어둠 자체만으로도 휴식이 된다고. 눈만이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이 어둠의 덕분으로 비로소 쉴 수 있는 듯. 하늘도 참하늘은 밤하늘이라고. 별은 안 보여도 제자리에 있으려니. 고층 아파트의 꼭대기에 애처롭게 떠 있는 흐린 달도 제 일하러 나온 듯 그의 발걸음이 갸륵하다. 저 높은 밤하늘에서의 그 모든 것들의 은혜로움에 두 발도 제 몫의 생각에 바쁜지 저절로 나아간다."(14쪽)

    유 교수는 "80세도 중년"이라는 경쾌한 주장을 펼친다. 또 잡초를 뽑다가 자신도 잡초란 생각이 들었다는 일화와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진솔한 고백으로 가슴 찡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224쪽, 가톨릭출판사,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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