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5가지 코리안' 있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나요

    입력 : 2018.01.09 01:44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한국 사람 만들기' 출간
    "역사 과정 따라 정체성 나뉘지만 나라 위해 모두 치열하게 살아"

    '코리안(Korean)'은 '한국 사람'인가? 우리말에는 영어 '코리안'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 '노스 코리안'은 '조선 사람'이고 '코리안 아메리칸'은 재미교포 또는 한인(韓人)이다. 일본에 사는 코리안은 재일교포(자이니치), 중국에선 조선족, 중앙아시아는 고려인으로 불린다.

    함재봉(60)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최근 출간한 '한국 사람 만들기'(아산서원)에서 갈라지고 흩어진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색한다. 먼저 두 권을 냈고 내년 여름까지 여섯 달마다 한 권씩 세 권을 더 낼 계획이다. 첫 두 권이 합쳐서 1000쪽, 5권으로 완간하면 2500쪽에 이른다. 함 원장은 "지금 한국은 치유가 어려울 만큼 이념·정서적으로 갈라져 있는데 그 이유를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함재봉 원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눠 살펴보는 까닭은 누구의 편을 들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함재봉 원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눠 살펴보는 까닭은 누구의 편을 들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성형주 기자
    함 원장은 한국 사람이 형성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서 다섯 가지 정체성을 찾아냈다. 친중 위정척사파, 친일 개화파, 친미 기독교파, 친소 공산주의파, 인종적 민족주의파이다. 어느 하나에 속할 수 있지만 서로 겹치기도 한다. '친중' '친일' '친미' '친소'를 굳이 붙인 이유는 외세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한 한국인의 숙명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함 원장은 "인종적 민족주의는 독일에 기원이 있어 '친독'이라 하려 했으나 이 개념은 미국이나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탓에 붙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체성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해서 통합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함 원장은 "차이를 알아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며 "정체성이 다르게 형성돼 왔다는 걸 알아야 화해할 수 있다"고 했다. 각 정체성에는 저마다 치열한 삶이 녹아 있다. 함 원장은 "20세기 초 나라를 빼앗겼을 때 각각 나라를 찾으려는 장렬한 투쟁을 했다"면서 "나름 당위성이 있는 이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민의 마음이 들어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함 원장의 '한국인 연구'는 자신의 삶과도 관계가 깊다. 함 원장은 아버지가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58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교수와 주미 대사를 지낸 아버지 함병춘(1932~1983)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순국했다. 함 원장은 1977년 아버지가 귀국한 후에도 그대로 남아 공부를 계속했다. 미국에서 은연중 인종차별을 느꼈고 정체성을 늘 고민했다. 함 원장은 "지금은 한류 덕분에 '코리안'이라 하면 누구나 알지만 그때는 '코리안이 뭐야?' 하고 되물었다"면서 "나라조차 없던 20세기 초에는 '코리안'이 얼마나 힘들게 정체성을 찾으려 애썼는지 눈물겨울 정도"라고 했다.

    집필은 주말에 한다. 업무를 하는 주중에는 흐름이 끊겨 아예 작업하지 않는다. 글이 잘 써지는 날엔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공을 들였다. 함 원장은 "아버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아버지는 '책 읽는 일이 가장 즐겁고 글 쓰는 일이 가장 보람 있다'고 하시며 공직 생활 중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셨다"고 했다.

    '한국 사람 만들기'는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작업이다. 함 원장은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 표준)를 받아들이고 외부를 향해 열려 있을 때 번영했지만 문을 닫았을 때는 쇠퇴하고 몰락했다"면서 "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인) 자유민주주의에 중국·북한 등 비자유주의 체제가 도전해 마지막 저항을 하는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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