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무서워… 출판계 '기억력 강화' 열풍

    입력 : 2018.01.10 03:01

    스마트폰 의존 높아진 사람들 기억력 쇠퇴 불안감 커지면서 관련 실용 서적 출간 잇달아

    "뇌는 언제까지나 단련할 수 있다." 기억력선수권 세계대회 우승자이자 지난해 일본대회 우승자 이케다 요시히로(51)씨는 최근 출간된 자신의 책 '뇌에 맡기는 공부법'에 이렇게 썼다. "기억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건 '뇌의 성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란 얘기다.

    인공지능(AI)과 보조기억장치의 시대, 기억력을 위한 실용서가 쏟아지고 있다. '1등의 기억법' '기억력 수업'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방법' '우뇌 혁명' 등 거의 매달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초간단 기억력 강화 팁
    /이철원 기자
    잘 기억해야 잘 산다

    출판계의 기억력 강화 열풍은 '디지털 치매' 증상이 일상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지털 기기에 과잉 의존하면서 기억력이 쇠퇴한다는 불안감이 실용서 출간을 부추겼다는 것. '기억력 수업'을 낸 현암사 고혁 편집부 팀장은 "스마트폰 덕에 전화번호나 일정 등을 숙지하고 다니는 사람이 드물어지면서 기억력 퇴화에 대한 우려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뇌에 맡기는 공부법'을 출간한 쌤앤파커스 최세현 대표는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에 뛰어드는 성인들이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다 기억술에 매료돼 책까지 낸 김대인(38)씨가 그런 경우. 김씨는 "신용카드 번호나 전화번호 암기부터 프레젠테이션 같은 업무 영역까지 기억력은 자신감을 더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기억술은 외워야 할 것을 외우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이다. 내용을 이미지로 바꿔 외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40대에 기억술에 입문해 세계대회 우승을 거머쥔 요시히로에 따르면 단어는 글자로 쓴 그림일 뿐이다. '기억력 수업'의 케빈 호슬리는 '자동차 기억법'을 주창한다. 수퍼푸드 14종을 외워야 한다면, 머리에 자동차를 떠올린 다음, 보닛과 트렁크 등 각 공간에 당근·땅콩·오렌지 같은 수퍼푸드를 집어넣는다. 평생 보존되는 '장기기억'(자동차)에 까먹기 쉬운 '단기기억'(단어)을 넣어 오래가는 '중기기억'으로 만드는 방식.

    이때 이야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운전석에 블루베리와 딸기를 놓고 그 위에 앉은 뒤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달걀을 던진다. 뒷자리엔 수천 개의 땅콩·해바라기씨를 붓는다…." 연상 작용을 통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억은 스포츠다"

    기억력 실용서 저자 중엔 기억력 대회 선수가 많다. 세계기억력대회는 1991년 영국에서 처음 열린 두뇌 스포츠. 제한시간 내 사람 얼굴에 해당하는 이름을 최대한 많이 외우거나(네임 앤드 페이스), 무작위 단어 나열을 가장 많이 기억하거나(랜덤 워즈), 52장의 트럼프 카드를 순서대로 외우는(스피드 카드) 식이다. 스피드 카드 세계기록은 16.96초.

    국내 열기도 높아지는 추세. 2016년 한국기억력스포츠협회가 창립됐고, 지난해 2월 첫 국제대회가 열렸다. 다음달 3일 전국대회를 준비 중인 정계원(27) 대한민국기억력대회 조직위원장은 "자동차가 있다고 달리기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며 "두뇌만으로 얻는 성취감을 사람들이 점차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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