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에 가장 중요한 재능은 관찰"

  • 뉴시스

    입력 : 2018.01.12 09:30

    뉴시스와 만난 김중혁 소설가
    ■소설가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작가 기자는 물론 사무직 영업직도 고민이다. PT를 하고 발표를 하고 글은 일상을 지배한다. 결국 글은 말보다 힘이 세다.

    "글쓰기는 무엇보다도 쉬워야 합니다"

    소설가 김중혁은 교과서같은 이야기를 했다. 몰라서 묻는게 아닌데, 쉬워야 한다니… 쉽게 쓰지 못해서 어려운거 아닌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오히려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어요. 잘 써야 겠다는 부담을 내려놓는 게 중요합니다."

    그가 최근 '무엇이든 쓰게 된다'(위즈덤하우스)를 냈다. 등단 이후 처음으로 글쓰기 비법을 밝힌 에세이다.

    "창작에 대한 책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굳이 내가 한 권을 보태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독자들이 소설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였을 때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중간 지점에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썼습니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창작의 도구들’에서는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던 노트이자 메모지가 되었던 A4 용지부터 해마다 업그레이드되어 온 컴퓨터까지 저자의 책상 위에 놓인 창작의 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부 ‘창작의 시작’에서는 글을 쓰는 창작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3부 ‘실전 글쓰기’에는 저자의 모든 글쓰기 노하우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 27년간 글을 쓰며 직접 그리고 익힌 창작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4부 ‘실전 그림 그리기’에서 저자는 서툴더라도 일단 선을 긋고 해방감을 느껴보라고 독려한다. 5부 ‘대화 완전정복’은 세상의 모든 대화에 집중해보는 문제풀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본부터 인터뷰, 수상 연설, 편지, 영화 속 대사 등 저자가 고른 지문들을 통해 일관성 있는 캐릭터 만들기, 글 쓰는 나에게 좋은 질문 던지기, 좋은 묘사와 나쁜 묘사를 구분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글쓰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수영을 배울 때 좋은 물안경이나 수영복을 사는 것과 같아요. 글쓰기도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종이나 펜 등을 쓰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그는 이번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했으며 창작 도구 활용법도 일일이 설명했다.

    "소설을 쓸 때면 벽면에다 인물 관계도를 만듭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적을 때는 포스트잇을 쓰지만 인물의 관계를 설명할 때는 메모롤을 사용해요."음악은 항상 그의 곁을 지키는 단짝 친구다.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이야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고릅니다. 어젯밤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어젯밤에 들었던 소설 속 세계로 곧장 뛰어들 수 있어요."

    책에는 첫 문장은 '최선'이 아니라 '하는 데까지 해본' 문장일 것,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문장에 힘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문단을 나누는 법을 익힐 것 등 창작의 비밀들이 담겼다.

    김 작가가 글을 쓰고 항상 살피는 것은 '문단'이다. 아무리 좋아보이는 문장이라도 문단의 흐름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글을 오래 쓰다보면 패턴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패턴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요소이고, 대체적으로 첫번째 문단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문단 하나를 통째로 없애면 전체 글에 지장도 없고, 굉장히 좋은 글이 됩니다."

    단순히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는 책은 아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 등의 작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왔는지 털어놓고 싶었다는 게 그의 진심이다.

    "많은 작가들이 창작의 비밀을 밝히지 못하는 게 이를 설명하고 전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보니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다룬 책이 많은데, 저는 창작의 동기와 함께 창작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중진 작가다. 소설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2008), 소설 '요요'로 이효석문학상(2012),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으로 동인문학상(2015) 등을 수상했다.

    '악기들의 도서관' '엇박자 D' 등에서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드러낸 그는 이번 책에도 여전하다. 그동안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실용적이고 멋있으면서도 정확한 조언을 모아 들려준다.

    "소설은 잡식성 괴물이다.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소리,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소설의 먹잇감이 된다."(43쪽)

    "여기가 어디지. 현실이다. 소설을 쓰고 있을 때, 현실이라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가상의 공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젯밤에 내가 만들어낸 소설 속 세계가 진짜 현실 같다."(41쪽)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으로 '관찰'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관찰이란 천천히 오래 보는 일이다.

    "관찰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생산해낼 수 없습니다. 세상의 속도를 늦추면서 삶의 미세한 틈을 관찰할 때 자신만의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글을 쓰다 가장 괴로울 때가 글이 안 써질 때, 특히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라고 했다. 이야기가 막히면 어떻게든 풀어내지만, 비유와 묘사가 막히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글이 안 써질 때 고통스럽지만, 그걸 포기하고 잠을 자면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새벽에 이야기가 풀렸을 때 짜릿함이 있어요. 결국 써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안 써져도 참아요. 이 역시도 글쓰기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작가는 "글을 쓰다가 새로운 비유가 막힐 때마다 산책이 도움됐다"며 "우리는 삶을 너무 깊게 바라보거나 혹은 너무 얕게 바라본다. 산책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소설가로서 행복한 시간은 글을 완성할 때까지인 것 같습니다. 소설을 막 시작하려고 인물이나 사건을 생각할 때 제일 행복해요. 제 글에는 유쾌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제 글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 하지 않아도 한 번쯤은 웃게 되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가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