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리울 때… 그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입력 : 2018.01.15 01:20

    정미경 1주기, 遺作 출간 잇달아
    '당신의… ' 집필실서 찾은 원고 묶어, '새벽까지… ' 단편 5편 등 모아

    지난해 1월 18일 떠난 소설가 정미경. 유품 속에 파묻혀 있던 장편 원고가 발견돼 빛을 보게 됐다.
    지난해 1월 18일 떠난 소설가 정미경. 유품 속에 파묻혀 있던 장편 원고가 발견돼 빛을 보게 됐다. /김연정 객원기자

    소설가 정미경(1960~2017) 1주기를 맞아 유작(遺作)들이 잇달아 단행본으로 나오고 있다. 미발표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과 미출간 단편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가 나란히 출간됐다. 정미경은 1987년 등단해 담백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으로 당대의 현실을 섬세하게 해부한 작가였고, 이상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녀는 뒤늦게 발견한 암(癌)으로 병원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유족이 집필실에서 우연히 찾아낸 원고를 책으로 묶은 것이라 눈길을 끈다. 남편 김병종 화백은 책의 발문을 통해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라며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적었다.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작가가 2012~2016년 발표한 단편 5편을 비롯해 동료 작가 정지아·정이현과 김병종 화백의 추모 산문 3편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소설가 이현수는 추천사에서 "당대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한 채 인간의 속물적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던 정미경식 혜안, 그 서늘한 문장은 이제 어디서 읽을까"라고 추모했다. "당신을 보내던 그 새벽, 홀로 눈밭을 걷고 있으려니 비로소 빈자리가 보였어. 맷집과 열정이 없는 작가는 초기에 돌아서는 것이 낫다고 우리가 입 모아 했던 말, 나는 후회하네. 사그라진 열정의 불씨를 피워가며 기신 기신 쓰는 게 소설 아니겠나. 당신이 마지막으로 차려준 우거지된장국, 고맙고 따뜻했네."

    정미경의 장편 '당신의 아주 먼 섬'은 남도의 작은 섬에 얽힌 이야기다. 섬에서 나고 자라 뭍에서 저마다의 삶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삶을 다시 소생시키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의 인물들은 귀향을 통해 차츰 잃어버린 시간을 회상하고 자아를 재발견하면서 삶과 화해한다. 오래된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소설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섬은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는 작가의 마지막 체취가 담긴 언어의 직조물이다. 소설가 정지아는 추모 산문을 통해 "선배(정미경)의 소설은 중산층의 허위의식으로 시작해 자본주의의 본질로 나아갔다"며 "선배는 자료를 수집하고 체화하는 데 능한 작가였다"고 회상했다. 평론가 백지연은 "작가는 여러 계층의 인물들이 드러내는 윤리적 감수성과 자의식의 문제를 주목한다"며 "인물들의 관계를 여러 겹으로 포개면서 다양한 시선을 개입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태 비판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정답을 제시하거나 인물들의 뻔한 각성을 결론으로 삼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김병종 화백은 아내의 육성을 상상했다. "바보, 내가 그립고 보고 싶거든 내가 두고 온 글 속으로 들어와 봐. 거기 내 숨소리와 눈길과 기침 소리 하나까지도 그대로 다 살아 있어. 나는 거기에 살아 있어. 떠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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