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 '전쟁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입력 : 2018.01.25 14:55

    신흥 세력과 패권 세력
    갈등의 75%는
    전쟁으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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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510쪽|2만원


    "수십 년 안에 미·중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냥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 그레이엄 앨리슨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의 책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은 바로 이 전제(前提)에서 시작한다.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의 "미·중이 지난 10년간 해왔던 대로 행동하면 결국 전쟁을 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저자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미국)과 최대 교역국(중국) 간의 갈등을 예견하고 분석한 책은 수없이 많다. 저자는 차별화를 위해 자신이 개념화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방법론으로 사용했다. 그는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세력과 기존 지배세력 간 갈등을 논할 때 쓰이는 이 개념에 착안했다. 투키디데스는 2500년 전에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浮上)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썼다.

    앨리슨은 자신이 이끌었던 하버드대 벨퍼 연구소에 신흥국가와 기존 패권국가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결말 됐는지를 연구하는 팀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500년간 신흥국가의 부상이 기존 패권 국가와 강하게 충돌한 사례 16개를 선정했다. 이 중에서 1·2차 세계대전, 중·일 전쟁을 포함해 12번은 전쟁으로 끝이 났다. 미·소 냉전을 포함, 단 4차례만 전쟁을 모면했다. 75%의 충돌이 피를 부르는 살육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앨리슨은 미·중관계가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적용되는 17번째 사례로 본다.

    저자의 책에서 아테네는 중국으로, 스파르타는 미국으로 변주(變奏)된다. 그는"스파르타를 가장 당황케 한 것은 아테네의 야망에 한계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문장에서 스파르타를 트럼프로, 아테네를 시진핑으로 치환해 읽어보라. 시진핑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할 일을 한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트럼프가 날카롭게 반응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저자는'각자 자기 나라가 위대해지기를 바라는 깊은 열망(熱望)의 화신(化身)' 두 사람 때문에 전쟁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투키디데스는 전쟁의 주요 동인으로 이해관계, 두려움, 명예 세 가지를 꼽았다. 미·중 간에 이 세 가지가 걸려 있지 않다고 보는 외교·안보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 간 전쟁이 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우는 어떤 것일까. 저자는'전쟁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끌어들였다. 우연한 충돌이나 제삼자에 의한 도발로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상 패권, 타이완, 센카쿠 열도 문제로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북한의 붕괴로 미·중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4페이지를 할애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김정은 사망으로 북한에서 내전이 발생하거나, 중국이 북한 안정화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경우 미 중 전쟁 가능성은 확 올라간다. 유사시 미·중이 북한 핵무기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선두를 다투는 육상경기'를 벌이다가 부딪칠 가능성도 제시했다.

    키신저의 하버드대 제자인 앨리슨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한 역작 '결정의 에센스(Essence of Decision)'에서 정치학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의 주요 사례를 교직(交織)해서 '전쟁과 평화'문제를 능수능란하게 분석했다. 그렇지만, 그가 역사적 사례에서 찾아낸 미·중 전쟁 방지 해법은 밑줄을 그을 만큼 새롭지는 않다. 그가 '평화의 문을 열어 줄 12개의 열쇠'로 제시한 것은 경제적 상호 의존 심화, 문화적 공통성 공유, 핵무기의 위험성 인식 등이다. 문제는 이런 해법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느 순간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단점에도 미·중 긴장과 안보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대목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국이 소련과의 물리적인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펼친 노력에 여러 차례 형광펜을 사용해야 했다. 냉전 시기에 미국이 일관되고 초당파적인 안보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전략이 40년 동안 지속되었기에 무혈(無血) 승리했다는 분석에 공감한다. 앨리슨은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①핵심 국가이익을 분명히 하라 ②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라 ③구체적인 전략을 만들어라 ④실패한 정치시스템을 개편하라. 안보전략이 늘 당파적이며 어떤 전략도 5년을 넘기지 못한 채 과거를 붙들고 멱살잡이하는 나라의 정치인과 국민이 새겨들을 내용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Thucydides’s trap)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국가가 기존 패권 국가의 지위를 차지하려고 위협할 때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 아테네(신흥 세력)와 스파르타(지배 세력) 간의 전쟁을 묘사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저자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진핑과 오바마가 언급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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