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소녀

    입력 : 2018.02.01 15:44

    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소녀
    조금은 덜 외로운

    고이케 마사요 지음 | 한성례 옮김|걷는 사람 | 335쪽|1만4000원


    일본 시인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59)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이미 10권의 시집을 내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춘 시인이지만 소설도 여러 권 써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전생회유녀(轉生回遊女)'. 연극배우였던 어머니를 잃은 소녀가 어머니처럼 배우가 되기로 한 뒤 방황하는 과정을 '환생(還生)'의 차원에서 그려냈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의식에 남아 있지도 않은 경험이 주인공의 삶을 지배한다. "숨이 막히고 목 주위로 감겨 있을 리 없는 매끈한 끈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가 되돌아왔다는 불가사의한 느낌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

    모친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소녀는 공원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 의지하며 산다. "유심히 살펴보면 나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한 명의 남자다. 그 목소리는 나를 사로잡는다"며 나무를 통해 환상을 음미하는 소녀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자유분방하게 여러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늘 이별을 꿈꾸는 소녀는 자신에게 돌아와 튼튼한 은행나무처럼 수직으로 뻗어가는 식물적 삶을 산다. 나무가 삶의 중심이기 때문에 소녀는 타인과의 만남을 호흡하듯 한 뒤 나무처럼 쑥쑥 성장하는 것. 소녀는 "떠돌며 다시 태어나는 거다"며 "데굴데굴 굴러가리라, 단단하고 작은 돌멩이처럼. 매일 환생하면서"라고 중얼거린다. 시인이 쓴 소설답게 몽환적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한성례 시인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 소설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며 "그 감촉이 관능적이고 야성적이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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