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팔렌스타인까지… 수년간 12종의 나무에 귀를 대고 들어본 ‘나무의 노래’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 2018.02.12 06:00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에이도스|372쪽|2만원

    “생명은 그물망이기에, 인간과 동떨어진 ‘자연’이나 ‘환경’ 같은 것은 없다.”

    ‘나무의 노래’는 ‘숲에서 우주를 보다’로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두 번째 책이다. ‘우리 시대 최상급자연문학 작가’로 평가받는 저자는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의 열두 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 보호구역의 케이폭 나무, 바닷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사발 야자나무, 스코틀랜드의 개암나무, 덴버 강변의 미루나무, 맨해튼 도심의 콩배나무, 이스라엘의 올리브나무, 일본의 섬잣나무 등이다. 저자가 케이폭 나무의 숲 지붕에 비계를 타고 올라가 살펴보고, 죽은 나무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맨해튼 가로수인 콩배나무에 전자장비를 부착해 나무의 소리를 들으면서 발견한 것은 바로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이다.

    나무는 혼자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과 균류,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인간이 서로 대화하며 소통하는 이 생명의 연결망을 형성한다. 이런 생명의 그물망은 수십만 년 전 생명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열대우림과 한대림 그리고 사막 지역과 온대림을 넘나들며 전 지구적 공동체를 이룬다. 이 생명 그물망에 당연히 인간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선사시대 화덕의 개암나무 숯에는 인류의 생존과 나무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의 올리브 나무는 로마시대 이후로 숱은 정치적 갈등과 분쟁을 겪으면서 인간과 함께한 역사가 있다. 일본의 섬잣나무 분재에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예술적 욕망과 문화가 담겨 있다. 저자는 단순히 나무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을 발견한다.

    위대한 생명의 그물망은 인간 대 자연 이분법이 남긴 숱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생명 그물망에서 인간은 무엇이고 자연은 무엇인가?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수십억 년 동안 형성된 탄소 결정체인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를 오염시키는 인간의 활동을 우리는 어떻게 변호해야 할까.

    인류 문명이 건설한 도시는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생명 그물망을 끊어버린 곳일까? 그러나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도 있으며, 인간 공동체는 자연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생명과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한다는 생각은 윤리적 허무주의나 개인주의적 고독을 넘어선 ‘새로운 속함의 윤리’를 발견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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