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 주둥이 잃고 언어를 얻다

    입력 : 2018.02.22 16:37

    진화론으로 본 '얼굴의 역사' 5억년 전 최초의 얼굴 형성
    "영장류 출현 후 주둥이 짧아져 다양한 표정·언어 사용 가능"

    인간의 얼굴, 주둥이 잃고 언어를 얻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김수민 옮김 | 을유문화사|672쪽|2만5000원


    매일 보는 것이지만 대체 얼굴은 무엇인가. 외모 지상주의라지만 인간에게 얼굴은 신체 부위 이상의 존재. 얼굴이야말로 인간의 진화를 야기한 핵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해 얼굴의 역사를 추적하는 과학 서적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유전·생물·인류학 등 인간 진화의 최신 연구를 집대성해 '얼굴 지도'를 그려낸다. 얼굴의 진화를 다룬 가장 최근의 책이 미국 고생물학자 윌리엄 그레고리가 1929년에 낸 '어류에서 인간까지 우리의 얼굴'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얼굴의 진화를 다룬 90년 만의 책이라는 것이다. 주석만 35쪽이므로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다.

    ◇얼굴의 기원은 물고기?

    5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캄브리아기(紀) 출현한 최초의 척추동물, 턱뼈가 없는 무악(無顎) 어류에서부터 최초의 얼굴이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의 얼굴 탐구는 진화학자 찰스 다윈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의 얼굴과 표현 능력이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해 형성됐다는 것. 책은 다만 곧장 진화의 역사로 돌입하지 않는다. 생체 발달의 세부 사항, 배아기와 태아기에 머리·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 유전학에 대한 설명이 5장까지 이어진다. 이를테면 얼굴 원기(原基)가 성장해 돌출하면 '얼굴 융기'가 되고, 인간의 머리뼈 봉합이 마지막으로 끝나는 나이는 스무 살쯤이라는 식의 설명. 얼굴 찌푸리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얼굴은 모든 척추동물이 지니고 있지만 미국 과학자 도널드 엔로의 평에 따르면 인간의 얼굴이 가장 특이하다. "포유류의 기능적인 긴 주둥이가 인간에게는 없으며, 이 주둥이는 줄어들어 돌출된 흔적만 남았다… 두 눈은 가깝게 붙어 있으며 정면을 향한다." 보통 얼굴과 관련된 네 가지 형질이 있다. 치아, 털, 얼굴 근육, 주둥이. 핵심은 주둥이다. 얼굴의 행동, 즉 표정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얼굴의 진화, 언어를 가져오다

    영장류가 등장하고 5000년쯤 뒤부터 얼굴에서 털이 사라지고 주둥이가 짧아졌다. 보통 포유동물의 주둥이는 살아 있는 사냥감을 붙잡기 위해서 사용되는데, 인간은 손을 쓰는 탓이다. 인간뿐 아니라 유인원도 의사소통에 손을 자주 사용한다. 수화(手話)는 자연스레 표정을 변화시킨다. 특히 납작해진 '입'은 훨씬 다양한 표현을 낳았다. 영장류의 '입맛 다시기'와 같은 리듬 구사가 가능해졌고, 얼굴 표정과 말하기의 활발하고 지속적인 관계가 새로운 신경 회로의 진화를 수반해 '결과적으로 언어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복잡한 신경의 연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얼굴의 진화를 가져온 강력한 힘은 바로 사회성이었다. 상호 작용을 하려면 먼저 서로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고 밝혀진 동물은 인간을 포함해 유인원·원숭이·개·양·소·돌고래·코끼리 정도. 저자는 몸집이 클수록 얼굴의 표현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데, 이것이 '눈'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발달한 시력이 표정을 제대로 감지하게 해주고, 이것이 덩치 큰 영장류의 표현 능력 확장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얘기다.

    ◇'세계화' 되는 얼굴의 미래?

    인간은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얼굴에 물리적인 변화를 가한 최초의 동물. 고로 얼굴의 미래는 '생물학이 아닌 문화적 현상'이다. 현대사회, 대도시에서 상이한 인종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빈번하게 마주치고 있다. "그 결과 상대편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서로를 '우리 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혼혈은 더 이상 오명(汚名)이 아니다. 저자는 미래 인간의 얼굴이 점점 더 균질하게 세계화될 것이라 예견한다. 특히 "완벽한 세계적 균질화가 발생한다고 해도 인간의 얼굴은 옛 아프리카 조상이 아닌 아시아인에 더 가까운 생김새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흥미롭다. 원제 'Making F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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