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공 청년, 흥청망청 돈 쓰다가…

    입력 : 2018.03.02 03:04 | 수정 : 2018.03.02 15:01

    영웅들의 꿈
    영웅들의 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송병선 옮김

    현대문학|398쪽|1만4000원


    라틴 아메리카 소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신화와 마술, 몽상으로 빚은 상상력을 펼쳐왔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대표 주자로 꼽혀왔다. 그에 버금가는 작가로는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1914~1999)가 있다. 송병선 울산대 교수가 이번에 번역한 장편 '영웅들의 꿈'(1954년 출간)이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1920~3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무대로 삼고 있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청년이 경마를 통해 번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시작한다. 그는 잠이 들었다가 며칠 뒤 낯선 곳에서 홀로 깨어나 아쉬움을 씻어내지 못하다가 3년 뒤 그 과정을 다시 체험한다는 것. 환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몽환(夢幻) 소설이다. "마치 집이 거꾸로 뒤집어져서 바닥이 지붕인 것처럼 그는 햇살을 보았고"라거나 "그는 몽유병자처럼 걸었다"는 식의 서술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판타지의 세계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꾸밈이 없는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모든 사물을 마치 처음 보는 듯이 낯설게 그려내면서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할 뿐이다. "거기서 자네는 지난주에 죽었고, 거기서 영원히 살고 있네"라는 모순 어법이 애용되는 것.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보르헤스에게 줄거리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보르헤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쓴 동기에 대해 "꿈에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고 믿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꼽으면서 "우리는 살면서 그 꿈을 되찾으려고 안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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