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장례·신혼여행 빼곤 못 쉬어"… 만화계에 '發癌 주의보'

    입력 : 2018.03.07 00:29

    웹툰 시장 확대되며 경쟁 심화
    마감 압박·댓글 공격 스트레스로 암·공황장애 겪는 만화가 늘어

    지난달 여성 만화가 쌈바(33)가 암 투병 중 별세했다. 웹툰 사이트 코미코 인기 순위 1위를 달리던 '설레는 기분'으로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까지 수출하며 웹툰 성장세를 이끌었지만, 건강 악화로 2016년 무기한 휴재에 들어갔고 결국 숨을 거뒀다.

    만화계에 '발암(發癌) 주의보'가 떨어졌다. 네이버 '아메리카노 엑소더스' 박지은 작가, 레진코믹스 '월한강천록' 회색 작가 등 40대 이하 젊은 작가들이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고, 네이버 '마루한―구현동화전'의 박성우(46) 작가도 뇌하수체 악성종양으로 지난해 연재를 중단했다. "데뷔 이후 군 복무와 장례, 신혼여행을 제외하면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원고를 병행하며 치료받을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상적인 마감이 불가능해져 장기 휴재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러스트=이철원
    웹툰 시장 팽창으로 순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심신의 압박이 가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은 총 1759종이 제작됐고, 연재 작가는 2950명이었다. 갑상선 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은 박모(39) 작가는 "암과 연재 환경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규명할 순 없지만 출판 만화 때보다 지금이 훨씬 과도한 부담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주간 연재 중엔 명절은커녕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지만 이마저도 작품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간 연재의 경우 매주 1~2회 마감이 기본. 최근 회당 컷 수도 증가해 60컷 정도에서 100컷 내외로 늘었다. 작가들은 "살인적인 업무량"이라 입을 모은다. 웹툰작가협회 이사인 이종범 작가는 "연예인처럼 대중에 노출돼 있지만 소속사를 통한 보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댓글 공격 등에 취약하다"면서 "데뷔 연차가 낮아지고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작가도 늘었다"고 했다. '노블레스' 이광수(37) 작가나 '복학왕' 기안84(34) 작가 등이 그 예. 이 때문에 웹툰작가협회 등을 중심으로 "국가 공휴일만이라도 '휴재권'을 보장하라"는 운동이 일었지만 여의치 않다. 만화가는 플랫폼 소속 직원이 아닌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만화가 건강권' 관련 실태 조사를 시작해 8월까지 온라인·대면 조사를 완료한 뒤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관계자는 "지난달 결성된 공정상생협의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 향후 표준 계약서에 휴식권 보장 조항을 넣는 등의 해결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도 변화하고 있다. 다음웹툰은 지난달 작가들에게 "설 연휴 휴재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획일적 연재 방식에서 탈피해 '월간 연재' 실험에 나선 곳도 등장했다. 12명의 작가가 매달 월요일 연재하는 '월간 투믹스'를 시작한 투믹스 측은 "시간적 압박을 줄이는 대신 수준 높은 작품을 독자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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