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교토의 소박한 서점에 반하다

  •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입력 : 2018.03.09 23:57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영국 신문 가디언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10곳 중 하나인 게이분샤 이치조지점으로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일본 교토 중심에서 북쪽 외곽으로 버스를 약 40분 타고 한적한 동네에 내린 후, 구글 맵에 의존해서 10분쯤 걷다 보면 드디어 서점이 나타난다. 조도가 낮은 노란색 불빛 아래 책과 음반, 문구와 잡화, 그리고 조용히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광경을 보노라면 왜 가디언이 이 자그마한 서점에 반했는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다.

    게이분샤는 1975년 설립된 서점 체인으로 이치조지점은 1982년에 생겼다. 지금의 명성을 만든 주인공은 호리베 아쓰시. 그는 1996년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2002년 점장이 된다.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 탁월한 역량을 선보이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을 만들어낸 그가 2013년 쓴 책이 올해 초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은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민음사). 본인의 경험뿐 아니라 '이 지역에 꼭 필요하고 교토답다'고 평가한 가게 14곳도 소개한다.

    호리베는 서문에서 대규모 자본이 이끄는 합리성과 편리성 대신 비합리적인 기호품을 다루는 개인 점포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단서를 찾겠다고 말한다. 이는 교토의 지리적 특성에도 기인한다. 교토는 시류를 빠르게 읽고 경쟁에 이겨서 몸집을 불리기보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는 것에 가치를 두는 동네다. 이 때문에 저자가 제안하는 메시지 중에는 교토이기 때문에 가능해 보이는 아쉬움도 있으나 보편적인 통찰도 분명 존재한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저자는 두 가지 연결을 강조하는데, 하나는 서점 안에서 펼쳐지는 지식의 연결이다. 서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고객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열하는 방식에 따라 책은 자기 자신과 옆의 다른 책까지도 빛나게 한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지식이 그렇게 연결된 데서 느낀 감격은 앞으로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그는 적는다. 서점 밖, 다른 가게들과의 연결을 강조하는 것도 신선하다. 반짝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업종을 초월한 다른 점포들과 함께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고, 거리 자체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분, 개인 가게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분, 교토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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