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4월도 알맹이만

    입력 : 2018.03.31 00:14

    시인 신동엽
    시인 신동엽(1930~1969·사진)이 1967년 발표한 시 '껍데기는 가라'에 대해 시인 김수영은 "소월의 민요조에 육사의 절규를 삽입한 것 같은 아담한 작품"이라 평했습니다. 지난달 나온 '김수영 전집 2-산문'(민음사)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는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하는 대목에서 육사의 체취를 느끼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란 부분에서 소월의 향기를 맡습니다.

    김수영에 따르면 4월은 '4·19 정신'을 뜻합니다. 그런데 놀랍습니다. 4월에도 알맹이가 있고 껍데기가 있다니요. 부정선거에 항의해 분연히 일어선 저항 정신에도 껍데기가 있다고 시인은 선언합니다. 요즘이라면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촛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시인은 돌팔매를 맞지 않을까요.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껍데기는 가라'는 "기념비적인 저항시"(인터넷 두산백과)란 평가를 받습니다. 아무런 무기 없이 벌거벗은 아사달·아사녀가 혼례를 치르는 모습은 분단 극복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시인은 절규합니다.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핵·미사일 같은 '쇠붙이'를 갖고는 결코 초례청에 설 수 없다는 외침으로 들립니다.

    곧 4월입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다는 이 계절에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이 열린답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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