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인간, 惡한 쪽으로 진화한다?

  • 장강명 소설가

    입력 : 2018.04.06 23:42

    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인간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들이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 연구하고 분석한다. 인간 존재가 복잡하기에 그 연구 결과도 아직까지는 하나로 모이지 않고 혼란스럽다.

    1990년대 들어서 아주 야심 찬 '잡종 학문'(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표현이다)이 생겨났다. '새로운 과학'을 자처하는 이 분야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인간의 마음에 관한 연구를 통합해 과학 혁명을 일으킬 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존의 학문 경계가 잘못됐고 해롭다고까지 말한다. 듣기에 흥미진진한 만큼 반발도 많고 논쟁도 화끈하다. 진화심리학 얘기다.

    736쪽짜리 책 '진화심리학'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입문서로 널리 읽히는 책이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토대를 세운 인물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 학문이 어떻게 출발했고, 어떤 관점으로 인간을 바라보며, 어떤 답안을 준비하는지 알고 싶다면 제일 좋은 교과서일 것이다.

    전문 지식 없이, 순전히 '지적인 재미를 맛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책을 펼쳐든 나 같은 일반 독자에게는 선물 같은 물건이다. 전혀 어렵지 않다. 저자의 입담은 다소 심심한 듯하지만 워낙 소재가 선정적이니 넘어가자. 절반 정도는 섹스와 살인, 그리고 권력 다툼 얘기다.

    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
    무엇보다 시선이 참으로 불경하다. 인간이 왜 이 모양이냐고? 그렇게 진화해서 그렇다. 이러저러한 폭력적, 성차별적, 기회주의적 본능이 그러저러한 경로로, 수만 년에 걸쳐 우리 마음에 새겨졌다. 이 관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야, 말 된다, 그래서 이런 거였구나' 하는 시원함도 맛보지만 '차별과 범죄행위에 과학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 같네' 싶은 찜찜함도 따라온다.

    "현상은 당위와 다르다"는 말은 충분한 항변이 될까? 수컷은 원래 암컷보다 양육에 신경을 덜 쓰는 존재라는 진술 앞에 냉철한 분별력을 발휘할 사람이 많을까, '그게 바로 불편한 진실'이라며 속으로 웃는 사람이 더 많을까.

    나는 당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진화심리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정한다고 사라질 움직임이 결코 아니기에. 좀 더 얇고 대중적인 책을 찾는다면 연세대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추천한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행복의 개념을 풀어 쓴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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