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지하철역 낙서, 걸작이 됐네

    입력 : 2018.04.06 23:25

    '키스 해링: 낙서를 사랑한 아이'
    키스 해링: 낙서를 사랑한 아이|카이 해링 지음|로버트 뉴베커 그림|황유진 옮김|봄나무|40쪽|1만2000원

    길거리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젊은이가 많았다. 무명이던 화가 키스 해링(1958~1990)은 춤꾼들이 바닥에서 몸을 뒤틀고 젖히며 만들어내는 희한한 몸의 선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음악이 쿵쿵 울리는 동안 검정 마카펜으로 꿈틀꿈틀 선을 그렸다. 강렬한 원색 물감도 들이부었다. "왜 뒤엉키고 비틀린 몸 따위를 그리는 거지?" 남들이 물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위아래가 뒤집힌 채 춤추고 있는 몸뚱이가 어린애 낙서 같았다. 그 '낙서'가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해링의 여동생 카이 해링이 쓴 그림책이다. 생생한 화풍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지만 서른둘에 요절한 오빠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자신만의 기억으로 되살려냈다. 짧지만 강렬했던 예술 인생이 뉴베커의 삽화와 만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해링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길거리를 도화지로 삼았다. 그래서 뉴욕 지하철역에 그림을 그렸다. 예술은 모든 이에게 닿아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키스 해링: 낙서를 사랑한 아이
    /봄나무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장 예쁜 돼지 세 마리' 등 해링의 실제 작품 서른 점을 책 말미에 덧붙여 감상을 돕는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종이와 연필을 찾게 된다. "뭐든 그리렴. 누구도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어. 네 그림이니까." 해링의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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