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에 상처입은 도시…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입력 : 2018.04.06 23:27

    'me, 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
    me, 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손관승 지음|노란잠수함|384쪽|1만6800원

    '살아보지도 않은 도시에 향수(鄕愁)를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매혹될 도시는 어디일까.' 베를린 동물원역부터 옛날 시장 마르크트할레9까지 베를린의 속살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책을 따라가다 든 생각이다.

    어떤 장소에 매혹되는 것을 토포필리아라 부른다.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와 애착을 뜻하는 '필리아'의 합성어다. 베를린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통일 직후 베를린에서 건물에 박힌 총알과 그 총알보다 더 깊이 박힌 이야기들을 만나며 이 도시에 매혹됐다. 인생 고비마다 불가사의한 재기(再起)의 원동력을 얻는 체험까지 했다. 그가 쓴 책이 여느 도시 안내서와 같을 리 없다.

    저자는 베를린을 '예술혁명' '라이프스타일' '섹시함' '스토리'라는 네 개 테마로 나눠 보여준다. 베를린의 미덕은 이 천(千)의 얼굴에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나만의 베를린'을 갖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가난해도 섹시함을 잃지 않았던 이 옛 도시는 이제 전 세계 예술가와 젊은이, 벤처 기업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굳이 베를린이 아니라도 나만의 장소를 찾고 추억하는 법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것 같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