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의 범인 "내 안에 호랑이가 산다"

    입력 : 2018.04.06 23:37

    '호랑이 남자'
    호랑이 남자|에카 쿠르니아완 지음|박소현 옮김|오월의봄|205쪽|1만2000원

    인도네시아 소설이 모처럼 번역됐다. 전 세계적으로 오늘의 인도네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에카 쿠르니아완(43)의 장편이다. 인도네시아의 구전 설화와 서양의 범죄 소설을 융합한 작품이다. 영어로 번역돼 2016년 맨부커 문학상 국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해 수상의 영광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차지했다.

    소설은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골 마을에서 전개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묘사한 마을이다. 마을의 전설을 홀로 외워서 들려주는 이야기꾼 노파가 나온다. '사내들에게는 저마다 암호랑이가 있다'며 호랑이의 정령이 남자의 몸속에 깃든다고 한다. '암호랑이가 주인의 몸 안에 살면서 위험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한다'는 것. 호랑이를 품은 사내들은 네덜란드 식민주의자와 일본 황군(皇軍)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고 한다.

    그 마을에 어느 날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피해자를 흉기가 아니라 제 이빨로 잔혹하게 물어뜯었다. 범인과 피해자는 평소 가까웠던 이웃이다. 피살자는 바람둥이로 소문난 예술가였고, 살인범은 평소 반항심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내가 죽인 게 아니다"며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회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사랑과 증오, 오해와 폭력이 뒤얽힌 상황이 벌어진다. 비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다. '몸속에 깃든 호랑이'는 수호천사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사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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