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강요당한 8일간의 카리브해 크루즈

    입력 : 2018.04.06 23:38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데이브 포스터 월리스 지음|김명남 엮고 옮김|바다출판사|472쪽|1만6800원

    "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

    카리브해 크루즈 체험기를 써달라는 잡지사 의뢰로 호화 여객선에서 7박을 보낸 경험을 이런 문장으로 적은 글쟁이가 있다. 미국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1962~2008)다. 대부분 부러워할 이 체험을 월리스는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라 단언한다.

    그는 배에서 어두운 밤 적막이 찾아오면 절망을 느낀다. "나 자신의 시시함과 쓸모없음에 대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한 죽음에 대한 공포"다. 지옥처럼 짠 바다는 그에게 놀라운 속도로 배를 부식시키는 부패의 엔진처럼 보인다. 월리스는 적었다. "무릇 휴가란 불쾌한 것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일이다. 죽음과 부패를 의식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므로, 미국인들이 꿈꾸는 궁극의 휴가가 죽음과 부패의 거대한 원시 엔진 속에 들어앉는 일이라는 사실은 언뜻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그는 죽음을 외면하고 두려움을 '익사'시키기 위해 크루즈 회사는 승객들을 응석받이가 될 정도로 관리하며, 승객들은 종일 놀이에 몰두한다고 분석한다.

    1996년 발표한 이 글은 월리스의 대표적 산문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았으나 46세 때 목숨을 끊었다. 그의 산문 32편 중 9편을 추려 엮은 이 책에서 번득이는 냉소와 유머는 그를 평생 괴롭혔던 우울증의 산물인 예민함이 연료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좋은 글은 독자를 덜 외롭게 만들어야 한다." 꽃샘추위 덮친 주말이 외로운 독자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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