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그림 읽어드릴까요?

    입력 : 2018.04.10 23:36

    책 읽어주고, 영화 비교하고… 문화예술 테마로 인기 '컬처튜버'

    "배우 같은 외모에 유명 변호사인 남자 친구는 한없이 자상합니다. 그러나 신혼여행이 끝나자 돌변합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감금된 채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합니다…".

    작은 유튜브 화면에 20대 여성이 등장해 3~4분 동안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과 사진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자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책읽찌라'는 이름의 책 소개 유튜브 영상. 이를 운영하는 이가희씨는 책 제목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이른바 '비밀신간'. 독서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했던 이씨는 "소리 내 책을 읽어주는 원초적인 방법이 의외로 힘을 발휘하더라"면서 "2년 전부터 매주 한두 편씩 꾸준히 올리다 보니 얼마 전부터는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소개해달라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색연필만 이용해 실제 인물과 똑같은 모양의 극사실화를 그려 보이는‘드로잉 핸즈’영상.
    색연필만 이용해 실제 인물과 똑같은 모양의 극사실화를 그려 보이는‘드로잉 핸즈’영상. /유튜브
    유튜브에 '책 읽어주는 여자' '영화 읽어주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나 미술(그림 그리기), 뮤지컬 소개를 테마로 한 이른바 '컬처튜버(컬처+유튜버)'. '먹방(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나 게임 방송 같은 콘텐츠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이용자들이 책·영화·미술 등 문화예술 콘텐츠로 관심을 돌리는 중이다.

    조회 수가 낮을 것이라 여기면 오산이다. 한밤중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김새해' 작가는 누적 조회 수 1500만 뷰가 코앞이고, 그림을 섞어 자기계발서나 인문·사회 서적을 요약해주는 '책그림'은 구독자 수 15만 명을 거느린 '북튜버'다.

    영화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국내에만 약 200명 가까운 영화 전문 유튜버가 활동한다. 3년 전부터 '빨강도깨비'란 이름으로 8분 길이 영화 영상을 매주 한 편씩 올리는 김학(43)씨는 최근 다니던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영화 속 로봇 실제 크기 비교'나 '블랙 팬서가 부숴버린 부산 누가 보상하나?' 같은 내용으로 39만 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전체 누적 조회 수가 9940만 회로 조만간 1억을 돌파한다.

    유튜브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사람도 많다. 색연필, 수채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그림 강의를 하는 '드로홀릭', 연예인이나 영화 캐릭터 등의 모습을 극사실화로 그리는 영상을 올려 인기를 얻은 '드로잉 핸즈'가 유명하다. 드로잉 핸즈 전숙영(36)씨는 입시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다 우연히 유튜브에 올린 그림 그리기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튜버'(아트+유튜버)가 됐다. 누적 조회 수가 1500만 뷰. 전씨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눈 그리는 법 알려달라' '음영 처리법 궁금해요' 같은 문의에 답해주면서 미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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