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나에겐 '문장'이 있기에"

    입력 : 2018.04.12 01:32

    데뷔 20주년 시인 김언,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펴내

    김언 시인은 “어느새 등단 20년이 됐지만 아직 늙지 않았으므로 더 젊은 시인처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언 시인은 “어느새 등단 20년이 됐지만 아직 늙지 않았으므로 더 젊은 시인처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그는 원래 김영식이었다. 20년 전, 언어를 부리는 삶을 시작하며 그의 이름은 '언(言)'이 됐다. "'말'이나 '단어'로 번역하면 너무 빤하다. 내게는 '문장'이다. 문장이 하나의 세계를 대변하고, 한 문장에 세계가 담길 수도 있다. 그 광활한 의미를 시로 옮긴다." 시인 김언(45)씨가 말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작정한 듯 문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시는 대개 산문시이며, 그래서 구(句)라기보다 문장에 더 가깝다. 최근 5년 만의 시집 '한 문장'(문학과지성사)을 냈고,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문학동네)을 잇따라 펴냈다. 민음사에서도 시집 한 권이 더 나올 예정이었다. "담당 편집자가 '한 번에 많이 내면 괜히 시샘만 산다'고 충고해 받아들였다"고 했다. 대신 다음 달쯤 시론집(난다)을 낸다. "2005~2016년 난해한 문장으로 무장한 이른바 '미래파' 시인들에 얽힌 시론이면서 내가 속해 있던 시절의 기록이기도 하다."

    찬사와 원망이 교차한 시절이었다. 수록 시 '사과폭탄'에도 '선생님은 왜 그렇게 어렵습니까? 왜 그렇게 어려운 말로 계십니까?'라는 제자의 추궁이 나온다. "정립하려 그토록 애썼던 스타일이 어느 순간 족쇄가 됐다. 몸부림쳤다. 그러다 소설을 시도했다." 사실 "소설도 시도 아닌 것"이었으나, 덕분에 해석의 측면에서 훨씬 개방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야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2014년 계간지 '문예중앙'에 1년간 '발바닥 소설'을 연재했다. "손바닥 소설(초단편) 패러디인데, 줄거리가 잡히니 이해가 편해졌다는 분이 많다." 이처럼 '나'를 지워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그러나, 수록시 '내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처럼 언제나 미완(未完)일 수밖에 없다. '내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내가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 어디 있나.' 시인은 "어떻게든 글에서 '나'를 없애려 해도 결과적으로 '말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퍼뜩 떠오른 한 문장을 잡아두고 연쇄적으로 문장을 이어가는 작법을 추구한다. "시는 짜임새가 아니라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남는다. 시인 지망생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지점이다. 다만 요즘 세대의 목소리는 너무 약해서 목소리가 아니라 속으로 삼키는 울음에 가깝다. 그게 요즘의 추세일 것이나 중견 가수가 아이돌처럼 꾸민다고 되겠나. 나는 내 식대로 파고들 뿐이다."

    부산대 산업공학과 김영식은 시인 김언이 된 뒤 2000년 학사 편입으로 국문과에 다시 들어갔다. 취업은 잊었다. 부산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장 등을 지냈으나 당연히 수입이 일정치 않았다. "한 달에 1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시를 위해서라도 생활이 안정돼야 한다. 40~50대까지 경제축이 안 잡히면 시를 배반하게 될 수 있다. 앞으로라도 고정 직장을 잡으려 한다."

    두렵지는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지." 그에게는 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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