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 음식 작가입니다… 달콤하고 씁쓸한 대도시의 맛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 2018.04.13 06:00

    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544쪽 | 1만4800원

    “캐비어 알을 하나씩 터뜨려보았다. 톡, 하나 먹는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상큼해, 톡. 이건 짜릿하고 톡 쏘네. 또다시 톡, 이건 유혹적인 맛이야. 어둡고 신비롭고 깊어.”

    예일대를 졸업한 뒤 ‘음식 작가’를 목표로 뉴욕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뉴욕에 입성한 티아 먼로. 대학원 실습수업에서 전설적인 음식 작가 헬렌 란스키의 인턴 자리를 희망하지만, 엉뚱하게도 고급 레스토랑 ‘매디슨 파크 타번’ 물품보관소에 배치된다. 그곳에서 만난 ‘뉴욕타임스’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 마이클 잘츠는 자신이 미각을 잃었다고 고백하면서, 티아에게 대신 음식 맛을 보고 리뷰하는 ‘음식 유령 작가’가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그가 미각을 잃었으며 자신을 이용한다는 비밀을 밝히지 않는 대가로 티아는 무제한 명품 쇼핑,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미남 셰프와의 로맨스를 얻는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뉴욕, 그중에서도 최고급 취향이 모여드는 미식업계의 이면을 다룬 소설 ‘단지 뉴욕의 맛’은 ‘푸드릿(Food Lit)’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작가 제시카 톰(Jessica Tom)의 데뷔작이다. 예일대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음식 블로거로 활동하는 작가가 음식과 여성을 ‘유령 음식 칼럼니스트’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풀어냈다. 뉴욕의 화려한 미식업계와 군침 도는 요리를 유쾌한 관찰로 그려낸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비견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도시, 유능하지만 순진한 젊은이, 노회한 권력자, 통쾌한 반격, 그리고 성장을 담은 소설은 세련된 분위기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를 유혹한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최신 미식·패션·스타일 트렌드는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뉴욕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이 시대 젊은이의 꿈과 사랑, 우정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수만 달러짜리 옷과 수천 달러짜리 식사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뉴요커들을 경멸하면서도 은밀하게 동경하는 티아의 이중성과, ‘악마의 유혹’이나 마찬가지인 어두운 제안에 넘어가는 그의 나약함은 대부분 사람이 숨겨둔 욕망의 민낯을 대변한다. 또 ‘당신의 위치를 금방 알아보고, 그에 따라 관심 수준을 결정하는’ 냉정한 도시에 위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간절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통해 대도시에 힘겹게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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