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내고 광고사 차린 개그맨, 이번엔 '가짜 에세이'

    입력 : 2018.04.13 03:00 | 수정 : 2018.04.15 17:27

    유세윤, 거짓말 주제 에세이 출간… 알려진 이야기에 상상 섞어 집필
    "속임수는 개그 전략이자 창의성"

    "제가 아무리 많은 진실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원하는 대답만 찾아내더라고요. 그럴 바에야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써도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했죠."

    개그맨 유세윤(38)이 에세이집 '겉짓말'(김영사)을 냈다. '거짓말'을 모토로 내건 이른바 페이크(fake·가짜) 에세이. 제목은 자신의 수많은 '겉'모습과 행동(짓)에 대한 말(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유세윤은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에서 복학생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등 6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반도 내고 광고회사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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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개그맨 유세윤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겉짓말’독자와의 대화를 갖기 위해 서울 마포에 있는 광고회사 쿠드비 테라스에 서 있다. /이태경 기자
    지난 11일 서울 마포의 광고회사 '쿠드비'에서 만난 그는 "알려진 이야기들과 상상을 섞어 쓴 글"이라고 했다. 책은 연예인으로서 느끼는 중압감이나 일상의 단상, 결혼 이야기, 부모님 이혼 스토리 등을 들려준다. 도통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그는 음주 운전을 한 뒤 경찰에 자수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당시 자신을 알아보는 중년 여성한테 귀신처럼 쫓기다가 자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괴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실제로 있었던 일에 허구를 가미해 대중이 어떤 부분이 진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 알아보는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

    속이는 것은 개그맨으로서 그의 '전략'이다. 그는 "사람들은 안 믿으려 한다"면서 "이를 넘어서려면 결국 속여야 하고, 그래야 웃음이 터진다"고 했다. 짐 캐리 주연 영화 '맨 온 더 문'에 나오는 미국의 전설적 코미디언 앤디 코프먼이 여성 레슬러와 짜고 레슬링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대중은 나중에 그가 미리 짰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정말 제대로 속인 사례라는 것.

    그럴싸하게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광고회사 이름을 '쿠드비(could be)'로 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책에선 광고회사를 만든 이유에 대해 "타임머신 개발이 목적"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직원 10명과 스포츠카 모양의 타임머신 앞에서 찍은 사진까지 실어 놓았다.

    물론 거짓말이다. 사진은 합성한 것이고, 직원들은 5년 동안 300편 넘는 동영상 광고를 찍으며 돈 버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것이야말로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광고회사에선 필수"라고 했다.

    출판사가 처음 의뢰한 원고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페이크 에세이라는 낯선 책 쓰기를 시도했다. 그는 "오늘 쏟아져 나온 뉴스 중에 내일 거짓말이 되는 것도 얼마나 많으냐"고 했다. 페이크 뉴스와 익명의 폭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오히려 '내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공개하고 나선 그가 더 진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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