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 최승범·강릉 명륜고 교사

    입력 : 2018.04.13 23:27

    최승범·강릉 명륜고 교사
    최승범·강릉 명륜고 교사
    대학 시절, 페미니즘 학회에 나가던 남자 후배에게 물었다. "남자가 왜 페미니즘을 공부해?" 후배가 답했다.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 한동안 그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고등학교 교사다. 800여 명 남학생이 모인 학교에서는 온갖 육두문자와 힘자랑이 오간다. 귀에는 '따먹다'라는 단어가 수시로 꽂힌다. 왜 그러느냐 물어보면 "재미있잖아요" "세 보여서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 '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처럼 여성을 성취의 보상으로 여기는 급훈이 걸려 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남자들은 궁금할 것 같다. 남자가 역차별을 당하는 게 아닌지, 몸 쓰는 일은 도맡아서 다 하고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나는 잠재적 범죄자도 아닌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2015년부터 다시 불타오른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열풍을 바라보며 온갖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지 않을까?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생각의힘)를 통해 그런 궁금증에 답하려고 노력했다. 남자가 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페미니즘이 어떻게 남성의 삶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지 알리려 했다. 그래서 남성들에게 함께 페미니스트가 되자고 설득하고 싶었다.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일도 당대엔 급진적 변혁처럼 인식된 경우가 많다. 역사는 더 많은 주체에게 더 큰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오늘의 갈등은 머지않아 고루함과 편협함이 만들어낸 부끄러운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남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말자고. 나에게 유리한 쪽보다 우리에게 유익한 쪽에 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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