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철면피의 철학

    입력 : 2018.04.13 23:54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높은 관직을 얻은 시민단체 출신 어느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서 문득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후흑학(厚黑學)'. 후(厚)는 '얼굴이 두껍다[面厚]'는 뜻이고요, 흑(黑)은 '속이 시커멓다[心黑]'는 의미입니다. 권세를 누리려면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철면피의 철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리쭝우(李宗吾). 청나라가 무너지고 민국이 설립되던 시기 살았던 사람입니다. 후흑에도 단계가 있답니다. 1단계는 성벽처럼 단단한 얼굴을 하고 석탄처럼 검은 마음을 갖는 것. 2단계는 얼굴이 두꺼우면서도 강하게, 속이 검으면서도 겉은 빛나게 하는 것. 3단계는 얼굴이 두꺼우면서도 형체가 없고, 속이 검으면서도 색깔이 없게 보이는 것이라네요.

    후흑학
    최고 경지는 '불후불흑(不厚不黑)'이랍니다. 얼굴이 두껍다거나 속이 검다고 다른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지입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을 갖춘 사람으로 여긴답니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개혁의 적임자인 것처럼 세상을 속이는 지경에 다다른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은 절대 이를 수 없는 경지이지요.

    후흑학을 배워서 아는[學而知之] 사람이라면 최고 경지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나면서부터 아는[生而知之] 사람만이 경지에 이를 수 있지요. 세상을 속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속여야 궁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까요. 자신을 절대 '후흑'이라 여기지 않아야 진짜 철면피가 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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