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거인'에게 영원한 왕좌란 없어

    입력 : 2018.04.28 00:41

    美 뉴욕대 스콧 갤러웨이 교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성공 스토리와 불공정 행위 분석
    "이들 역시 누군가에 추월 당할 것"

    플랫폼 제국의 미래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지음 | 이경식 옮김
    비즈니스북스 | 448쪽 | 1만8000원

    2008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은 중국 국유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 2위는 미국의 거대 석유재벌 엑손모빌이었다. 제너럴일렉트릭,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이 지난 현재 이들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0위 안에 남아 있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대신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네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인도와 영국, 프랑스의 GDP(국내총생산)보다 많다.

    지하실이나 차고에서 시작된 디지털 기업들은 어떻게 20세기를 지배했던 석유와 금융 기업들을 제치고 전 세계인의 삶 속에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었을까. 저자인 스콧 갤러웨이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이자 독특한 기업 문화로 칭송받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들 기업을 하나로 묶어 '더 포(The Four)'이자 디지털 시대의 거인(타이탄)이라 칭하면서 어떻게 기존 회사들을 무너뜨리고, 시장의 룰을 파괴하며 불공정한 행위로 세력을 확장했는지 살핀다. 도둑질과 적반하장, 빌린 다음에 팔기 등 네 기업의 각종 사기 기법도 적나라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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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박상훈

    아마존에 대해서는 '웃는 얼굴의 파괴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을 갖고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와 실험을 계속한 결과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직원에게 최소 임금을 주며 물건을 팔게 하는 데 통달한' 20세기 최고 부자 월마트는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물건을 팔아주는 로봇'을 만들고 있는 21세기의 아마존에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백화점과 소매업자들은 줄줄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됐지만 소비자들은 여기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애플은 '자기만의 우주를 만든 고가 사치품 전자 기기 회사'라고 정의했다. 애플 제품을 가지면 더 멋지고 우아하고 열정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메시지에 세뇌된 고객들이 아이폰을 '물신(物神)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규모만 놓고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중국 인구가 14억명, 세계 가톨릭신자가 13억명인데 페이스북 이용자는 20억명에 이른다. 사람들은 하루에 35분씩 페이스북에 시간을 바치고,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포함하면 60분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저자는 페이스북을 움직이는 연료는 사용자의 민감한 신상 정보이고, 페이스북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클릭 수와 돈을 버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구글은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모든 것을 알고, 검색하면 반드시 결과물을 찾아주면서 '현대판 신'의 반열에 올랐다고 봤다. 그러나 신은 인간 위에 군림한다. 정보를 무료로 나눠주는 '공익 기업' 같은 구글이 언제 속내를 드러낼지 모른다.

    갤러웨이는 이들도 처음부터 타이탄이 아니었다는 점을 일깨운다. 기존 시장의 거인을 딛고 올라선 것처럼 이들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 추월당할 운명이라는 것이다. 테슬라,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등을 다섯 번째 타이탄 후보로 거론하면서도 "주방 식탁이나 스타벅스 테이블에서 어떤 신생기업들이 지금의 거인들을 과거의 유산으로 만들어버릴 새로운 기업을 구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머리에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조언도 실었다. "거인들을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다. 나라면 한국 내 다른 기업들을 적이 아닌 전략적 협력자로 받아들여 데이터 같은 자원을 공유하는 컨소시엄을 만들 것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거머쥐게 된 독점력과 같은 것을 결코 거머쥘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컨소시엄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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