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신의 은총을 넘어서

    입력 : 2018.04.28 00:58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얼굴 표정은 바뀌어도 배 속에 품은 속내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표면에 물결이 일고 파도가 치더라도 깊은 바닷속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이른바 '집요저음(執拗低音)'입니다.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가 일본 정치사상사 분석에서 이 말을 썼습니다.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테마를 뜻합니다. 원래 음악 용어라네요. '바소 오스티나토(basso ostinato)'. 낮은 소리에서 일정하게 되풀이되는 선율을 말한답니다.

    자주 만나서 웃으며 대화하면 거친 속내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겠지요. 자주 물결 치다보면 큰 흐름도 변할 수 있겠고요. 하지만 집요하게 되풀이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바꿀 것이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일일 터입니다. 현란한 기교를 부리는 높은음의 선율을 잘 들으면서도 낮은 소리로 울리는 집요저음을 놓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신의 은총을 넘어서'
    신간 '신의 은총을 넘어서'(아산정책연구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이 쓴 방대한 연구서입니다. 18세기 이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1000쪽이 넘는 항공모함급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미국 아태 지역 전략의 집요저음을 들려준다 할까요.

    한 달 후쯤 미·북 정상회담도 열린답니다. 미국의 전략은 '신의 은총'에 기대고 있지 않다네요. '희망 사고'를 넘어서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상대와 마주한다는 뜻이겠지요. '바소 오스티나토'에 귀를 기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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