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꽃을 보시겠어요?"… 피 흘리며 만발한 詩

    입력 : 2018.04.28 01:02

    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지음|최측의농간 | 516쪽|2만3000원


    정신착란, 두통, 안구회전증, 발작, 병원, 실패…. 살이 불타고 번개가 해골을 쑤셔대는 이 일련의 단어는 모두 박서원 시인이 남긴 시의 제목이다. 시마다 시인이 앓았던 기면증과 간질과 악몽이 깨진 꽃병을 껴안고 비명 지르고 있다.

    1989년 스물아홉 나이에 데뷔했다. 시인을 내내 따라다닌 성적 폭력, 불륜의 얼굴을 한 사랑, 과민했던 평생의 기억이 시에 소름으로 돋아 있다. "아픈 꽃을 보시겠어요?… 구토가 나는 꽃을 보시겠어요?" 몰이해를 견디며 시인은 독방에서 스스로의 울음을 즐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집은 그의 시집 다섯 권 전부를 모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처음 시인의 시를 읽고 "꽃들이 피를 흘리며 만발한 것 같다"고 평했다.

    시인은 2012년 죽었으나 그의 쓸쓸한 죽음은 지난해 뒤늦게 알려졌다.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출판사 측이 수소문해 시인이 생전에 묵었다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주택을 찾았을 때, 남은 흔적은 대문 앞에 떨어져 있는 우편 봉투 하나뿐이었다. 겉봉에 적힌 발송지로 전화를 걸었다. 시인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시인은 죽었으나 시는 끝내 죽지 않는 질병이었다. 가난과 광기와 강박관념의 자폐적 저주 속에서 그는 끝내 자기만의 병원에 다다랐고, 병원의 긴 복도마다 시를 걸어놓았다. 그 아픈 시가 사랑을 부르짖는다. 아픈 사람의 사랑. 치유 불가의 중얼거림. "그래, 더 큰 고통을 가지고 와. 내 사랑." 웃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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